독일 베를린 최대의 번화가로 유명한 쿠담 거리를 걷다 보면 곧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교회를 볼 수 있다. 1888년 사망한 독일의 첫 번째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념해 세운 교회이며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중앙에 구멍이 크게 나 있는 상처를 그대로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부끄러운 패전의 상처는 더 멋진 건축물이나 상징물로 가리고 덮으려고 한다. 하지만 독일인 본인들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잘못된 전쟁의 흔적을 후손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고스란히 그 교회를 남겨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전쟁과 분단의 정치적 수도로 각인된 베를린은 미래의 변화도 새로운 방식으로 추구하고 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유럽에서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이 가장 많이 넘쳐나는 이곳 베를린에 살고 싶어 한다.
베를린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문화와 예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러 신문기사에서 소개된 것같이 유럽 ‘스타트업 메카’로 베를린이 뜨고 있다. 과거 베를린장벽 옆의 방공호로 쓰인 맥주공장을 ‘더 팩토리 베를린’이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와 ‘다이아몬드 대시’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우가 등의 기업이 여기에 자리를 잡고 미래의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주는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스타트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로 EU에서 한걸음 멀어진 영국 런던을 넘어서는 창업 중심지로 베를린을 키우기 위해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일 같은 전쟁과 분단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부흥도 이룩했고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변화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필수적인 혁신창업, 스타트업 양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진흥공단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수한 창업 아이템과 고급 기술을 보유한 청년들을 선발해 사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중진공은 지난 2011년 설립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5년간 1,215명의 청년창업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이들은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5,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특히 청년 CEO들의 주요 사업 분야는 드론 기술 사업화,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기반 사업화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된 분야와 연계돼 있다.
우리는 독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고 변화하지는 못한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가 스며든 우리만의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의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미래 세대인 청년이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변화를 꿈꾸도록 하느냐에 있다. 우리 청년들이 새로운 변화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원정책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스타트업 탄생을 위한 요람인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