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김상조 위원장의 '총수무용론'

이상훈 산업부 차장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의 성공에 기여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삼성전자에 몸담은 기간(1987~2014년)은 27년이었지만 부친(이병철 창업주) 가신(家臣) 중심의 유훈 통치 시기를 빼면 이 회장의 친정(親政) 기간은 극히 짧았다. 폐암 수술(1998년), X-파일 사건(2005년), 비자금 사건(2007년)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관리의 삼성’은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작품일 뿐이다. 재벌 총수가 경영에 개입하면 할수록 망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허수아비일 뿐이다. 삼성은 재벌 3세가 어떻게 가야 할지 보여 준다.”


이 발언을 누가 했는지는 일단 나중으로 돌리자. 여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재벌개혁론자들에게 이 회장의 삼성자동차, 이 부회장의 ‘e삼성’ 실패는 비단길만 달려온 재벌 총수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안성맞춤 사례로 수시로 인용된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눈에는 기계 문명의 총아라 할 자동차가 전자 산업과의 융합으로 인공지능(AI)화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돌파하기 위해 절실한 대형 인수합병(M&A)이 결국 오너의 개인 네트워크를 타고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오너의 실패가 후일 큰 성공을 가져오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애써 외면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수많은 장점에도, 또 그간 재벌 총수들이 저지른 온갖 비행에도 조직의 맨 상단에 자리한 ‘메기’로서 오너의 역할은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재벌에 대한 비판은 맹목적인 반쪽짜리 비평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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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발언의 주인공은 ‘재벌개혁 전도사’ ‘재벌 저승사자’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그가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수장에 오르기 전인 올 초 한 인터넷 방송에서 밝힌 것들이다. 그 내용의 편향성은 우려스러울 정도지만 대학교수 신분이었기에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을 거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김 위원장이 아직도 자신의 신분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일간지 인터뷰를 보면 금도를 한참 넘어섰다. “(1심 선고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 재판부가 형량을 재량 감경해줄 것으로 생각했다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 후의 계획과 삼성전자 자사주 처리, 이 두 개를 최대한 지렛대 삼아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두 개의 카드를 다 날려버렸다” 등의 발언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재벌 문제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이라면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가벼운 처신은 그의 기업관과 맞물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재벌개혁도 공정경쟁을 촉진하기 위함이지 재벌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고 깨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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