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주 롯데계열사 4곳 지분매각]日 롯데 장악 노린 '플랜B' 가동한 듯

지주사 전환땐 지분다툼 의미없어

현금 최대 7,600억 실탄 확보

광윤사 등 지배력 강화 나설듯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주요 롯데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

SDJ코퍼레이션은 12일 신 전 부회장이 보유 중인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 중인 주식 중 약 3%만 남겨놓고 대부분을 처분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롯데 계열사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측은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7.9%, 롯데제과 3.9%, 롯데칠성음료 2.8%, 롯데푸드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분은 우호지분까지 포함할 경우 월등하다. 계열사 지분 대결에서도 신 전 부회장이 밀린 상황에서 지주사로 전환된 후 지분 대결을 통한 경영권 다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은 신 전 부회장의 마지막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장내 매도 등 일반적 매각 형태가 아니라 롯데그룹 측에 분할합병에 심각하게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로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며 풋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뜻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이에 대해 동의하는 주주들 역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라는 의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신청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너무 커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의 최대 청구 액수를 5,500억원, 롯데쇼핑 1조6,500억원, 롯데칠성 4,500억원, 롯데푸드 2,000억원 등 총 2조8,500억원으로 산정해 놓고 이를 넘을 경우 분할합병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의도대로 다른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 무산도 가능하며 적어도 롯데그룹을 흔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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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처분할 경우 7,6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역전’을 노리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다. 재계에서는 한국에서 지분 경쟁은 어려운 만큼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실마리를 찾는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본 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롯데호텔’의 지배구조에서 일본 롯데를 지배하지 못할 경우 한국도 흔들릴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와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서 위임받은 1주를 가진 최대 주주다. 지금까지 이 지분을 가지고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 신 회장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 이유로 한정후견인이 선정된 것이 부담이다. 한국 법원의 판결이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는 일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확보한 자금이 훨씬 적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양도세까지 부담한다면 확보자금은 2,000억원 정도일 것”이라며 “무엇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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