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도시바 새 주인 WD 유력...SK의 꿈 물거품되나

합병땐 시장 점유율 30% 넘어

국내 반도체업계 파장 불가피

SK하이닉스 "아직 협상 중"



일본 도시바 메모리가 웨스턴디지털(WD)에 최종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최태원 SK 회장이 SK하이닉스(000660)를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업체로 단숨에 도약시키겠다는 꿈도 무위로 돌아갈 전망이다.

1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WD에 매각하는 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매각 금액은 약 2조엔(약 20조9,000억원)으로, WD이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얼마나 가져갈지 등을 조율한 뒤 20일 최종 매각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일본 일간공업신문, 아사히신문 등은 일제히 ‘도시바 메모리의 새 주인은 WD’이란 보도를 쏟아냈다.

WD가 참여하는 ‘신(新)미일 연합’은 WD 외에도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기타 일본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의 경우 일본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 핵심 파트너로 꼽혀왔다. 산업혁신기구는 당초 SK하이닉스와 베인케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의 일원이었지만,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난전을 거듭하면서 신미일 연합으로 이동했다.


WD는 궁극적으로 도시바 메모리의 경영에도 참여하는 것을 매각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직후에는 도시바 메모리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도시바 메모리 상장 이후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도시바와 WD은 도시바 메모리를 3년 내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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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위인 WD이 도시바 메모리를 손에 넣으면 낸드 시장 지각 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기준 WD의 낸드 점유율은 15.5%로, 도시바 점유율(17.2%)을 더하면 30%를 훌쩍 넘게 된다. 시장 1위인 삼성전자(36.7%)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도시바와 WD의 시너지는 무시하기 힘들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도시바 메모리 매각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해 왔다. 도시바가 지난 6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습이었지만, WD 변수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도시바와 반도체 투자 등을 함께해온 WD이 국제사법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소송을 거는 등 매각 전면 무효를 주장하면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도시바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이후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뿐만 아니라 WD, 폭스콘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여전히 도시바 메모리 매각 협상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종 인수자와 관련해 도시바의 공식 입장이 나온 바가 없고 이사회가 열리기 전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가 일본 일간공업신문 보도에 대해 ‘날짜 등 아직 결정된 것 없고,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공식 입장 냈다”며 “아직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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