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적반하장' KB노조

엉성한 설문조사 관리 책임 불구

사측에 여론조작 개입 의혹 역공

회장 사퇴 요구 이어 검찰 고발도

사측 "노조가 외풍 부채질" 부글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12일 여의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에 대해 후보 사퇴 촉구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12일 여의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에 대해 후보 사퇴 촉구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KB금융그룹 7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엉성하게 설문조사를 관리해놓고 되레 “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노협은 12일 여의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설문조사 개입이 의심되고 사내 익명게시판을 통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며 윤종규 회장에 대해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후보사퇴를 주장하다 이제는 검찰고발 등을 통해 압박하는 등 후임 회장 선출 과정에 직접 발을 담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KB노협은 지난 5∼6일 조합원을 상대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마감 직전인 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17개의 단말기를 통해 4,282건에 달하는 중복 응답이 이뤄졌고 이들 답변의 99.7%가 ‘연임 찬성’ 의사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터넷 주소(URL)가 외부로 퍼지면서 조합원이 아닌 외부인들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9월7일자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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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자체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노조가 관리를 엉성하게 해놓고도 오히려 사측의 개입 의혹으로 몰고 간 것이다. 더구나 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사측의 설문조사 개입이 사실인 양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돼 이미지 실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내부의 일을 공개하면서 누가 돼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지주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KB금융 측은 “찬반투표에 회사 측의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 조사를 제안해놓은 상태”라며 답답해 했다.

KB노협은 사내 익명게시판에 윤 회장을 옹호하고 노조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게재된 데 대해서도 “사측이 회장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특정 부서 직원을 동원했다”며 이른바 ‘댓글부대’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뺨칠 정도의 의혹공세라는 것이 KB금융 안팎의 지적이다. KB금융 측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론 공간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KB노협이 명분이 약한데도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데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KB사태’를 그럭저럭 잘 헤치고 나왔는데 다시 외풍을 자초해 조직 자체를 스스로 벼랑끝으로 모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윤 회장이 지금까지 부동의 1위인 신한금융을 따라잡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는데 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노조가 전략적으로 호응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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