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해 달라” … 롯데면세점 ‘최후통첩’

“하루 손실 20억 … 변동 임대료로”

일주일 기한 첫 단독 공문 발송

협상 거부 땐 전면 철수까지 고려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일 10억~20억 원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해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롯데면세점이 단독으로 공사에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대료 인하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대한 답신이 없을 시 전면 철수를 행동에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임대료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인천공항공사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회신 기한은 오는 19일까지 단 일주일이다. 그동안 한국면세점협회를 통해 단체 행동으로 대응한 롯데면세점이 단독으로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공문에서 기존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변동 임대료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국제공항 영업 연장 협상에서 한국공항공사와 합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한화는 특허 반납 후 체결한 계약인 반면, 롯데는 특허를 유지하면서 계약 내용을 뒤집는 상황이라 공사 측에서 이를 받아줄 지는 미지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손실액이 매일 매일 너무 커지다 보니 하루가 시급해 협회 차원이 아닌 단독으로 공문을 보내게 됐다”며 “만약 협상 테이블 조성에 대한 회신이 없을 시 한두 번 더 공식 요청을 하고 그래도 입장 변화가 없다면 전면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면 철수는 극단적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업을 지속하고 싶은 게 회사 측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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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현재 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담하는 임대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까지 연간 5,100억 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다가 이달부터 7,40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임대료 납부액만 매일 20억 원 이상, 매달 620억 원에 달한다. 반면 현재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월 1,000억 원을 밑돌고 있어 하루 손실액만 10억~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장 올해에만 2,000억 원 적자를, 2020년까지 1조4,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사업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롯데 외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자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은 아직까지 공문 발송이나 철수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도 매년 임대료가 증폭되는 식으로 계약했지만 롯데면세점보다는 그 폭이 작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면세점들도 막대한 적자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 롯데면세점이 협상 테이블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전략을 달리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롯데면세점이 영업요율 제시안을 관철 시킬 경우 다른 면세점들도 줄줄이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협상을 거부당할 경우 면세업계 전체 구조조정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내 롯데면세점 직원은 직영 직원 120명과 판촉 직원을 포함해 총 1,500여 명에 달한다. 1등 기업인 롯데면세점까지 무너지면 다른 중소 면세점들까지 도미노로 쓰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가 임대료 인하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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