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日, 원전 다시 돌린다

도쿄전력 원전 2기 재가동 승인

탈원전 속도내는 文정부와 대조

전기요금 인상 압력 거세지자

멈춰 세운 42기 중 7기 원위치

원전발전 비중 20~22% 목표

일본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7호기.     /블룸버그일본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7호기. /블룸버그




일본 정부가 전 세계적 탈(脫)원전 흐름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원전 2기를 조건부 재가동 승인했다. 해당 지역 주민의 동의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기는 했지만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 정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니가타현 소재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 6·7호기의 재가동 심사를 하면서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원전 운영 적합성을 의논한 결과 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영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 중이던 54개의 원전 모두 멈춰 세운 일본은 이후 12개의 원전을 폐로한 바 있다.

이번에 조건부 승인된 것은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 6·7호기다.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과 함께 도쿄전력 산하에 있던 양대 원전이다.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비등수형’ 원자로로 사고 이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및 재가동 요건 강화 조치에 따라 운전이 정지됐다.

원자력규제위는 도쿄전력이 이미 기술적인 과제를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의 안전대책이 신규제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심사서 초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심사서 초안은 공표 후 1개월 동안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정식 확정된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원전 1호기 폐로 가속화, 재가동 원전 안전수칙 미준수 시 승인 취소 등 조건이 붙어 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합격”이라고 보도해 사실상 허가와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후 도쿄전력의 원전이 기준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 재가동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두고 일본 내 여론이 갈리면서 재가동이 불투명했지만 심사 종반에 들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재가동 최종 결론이 나게 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멈췄던 원전 42개 중에서 모두 7개가 발전원으로 복귀하게 된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전을 재가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이 멈춘 후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전을 속속 복귀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아베 정부는 가동을 멈춘 발전소의 재가동을 통해 원전의 발전량 비중을 궁극적으로 20~22%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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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의 공정을 멈춘 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건설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주 원전 현장을 방문해 인근 주민들과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논의하기도 했다. 오는 11월에는 탈원전 로드맵 발표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재가동 조건부 승인이 공론화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9일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다음달 13~15일 2박3일간 5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합숙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날 이윤석 공론화위 대변인은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민참여단이 판단을 내릴 때 일본의 이번 결정을 참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이 탈원전 논란을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나라 중에서 원전을 포기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원전을 두려워하고 안전하지 않으며 깨끗하지도 않다는 우리의 인식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 바로 일본의 원전 재가동 승인이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번 일본 원자력규제위의 결정으로 가시와자키카리와원전의 재가동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규제위의 결정 이후에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추가적인 허가를 또 받아야 한다”며 “이미 원전 5기가 가동되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변재현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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