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소음이 심한 곳에 사는 임산부는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최대 1.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 따르면 20~49세 임신부 1만8,165명(2002~2013년)의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주거지 야간 소음과 임신성 당뇨병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임신성 당뇨병에 걸린 여성은 8.8%(1,596명)였다.
연구진은 주거지의 환경소음 수준에 따라 임신부를 4개 그룹으로 나눴는데 주간(오전 7시~오후 7시) 소음은 임신성 당뇨병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야간(오후 11시~오전 7시) 소음은 상당한 영향을 줬다. 가장 큰 소음(57.34㏈ 이상)에 노출된 그룹에서의 임신성 당뇨병 진단율은 14.2%(3,883명 중 550명)로 가장 작은 소음에(54.22㏈ 미만)에 노출된 임신부 그룹 진단율 7.6%(4,247명 중 324명)의 1.86배나 됐다. 연령, 소득, 주거지(도심·외곽), 흡연·운동·음주 여부, 임신전 혈당·체질량지수(BMI)의 영향력을 제외하고 계산한 야간 소음 발병 위험은 1.61배였다.
야간 소음 1㏈(데시벨) 증가할 때마다 임신성 당뇨병 진단율은 10%, 발병 위험은 7%씩 증가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출산 후 회복되는 경향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임신성 당뇨병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소아 비만 위험이 높다. 발병 원인으로는 가족력·노산·비만·운동부족·흡연 등이 지목돼 왔다. 중금속·대기오염·프탈레이트 등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민 교수는 “소음과 임신성 당뇨병 간의 상관관계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소음 등 환경적 스트레스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환경소음이 각종 질병·장애·조기 사망 등을 초래하며 인체에 스트레스와 교감신경·내분비계통의 교란을 일으켜 수면장애와 정신과·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