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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공간 생기면 그림 걸어...이인희 한솔 고문, 내 인생의 최고 컬렉터"

사재로 마련한 개인 컬렉션 기증도

서예적 필치로 한국적 추상화를 개척한 오수환의 작품 옆에 선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사진=권욱기자서예적 필치로 한국적 추상화를 개척한 오수환의 작품 옆에 선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사진=권욱기자


“이호재 아저씨는 1984년,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벌써 33년이나 된 셈이지. … 아마도 이호재라는 화랑 대표가 없었다면 아빠도 없었을 것이다.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데는 뭐니 뭐니 해도 그가 일등공신이다. 그 이후의 아빠 개인전은 전부 그의 가나화랑에서 했다.”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이자 현재 가나아트갤러리에서 5년 만에 신작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임옥상은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빌려 그의 드로잉북에 이렇게 적었다. 화상과 화가로 처음 만난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과 임옥상 작가는 30여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며 조언자와 후원자로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임옥상뿐만이 아니다. 예술원 회원이자 국내 최고령 화가인 김병기를 비롯해 박영남·사석원·전병현 등 걸출한 작가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이 회장 아니었으면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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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이 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임옥상 선생의 종이 작업을 이끌어낸 진짜 후원자는 재료를 마음껏 쓰게 해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내 인생의 컬렉터’로 1978년 말에 그림을 팔아 처음 돈을 벌게 해준 고(故) 황석연 변호사와 함께 이 고문을 꼽은 그는 “이 고문은 공간 하나가 생기면 그곳에 걸 그림 생각을 먼저 하시는 분”이라며 “거의 평생을 두고 꾸준히 그림을 구입했고 제주에 호텔신라를 열었을 때는 작가들의 현지 심포지엄과 전시를 후원해주는가 하면 박영남 작가 등 당시 신인도 믿고 지원해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 고문은 사재로 구입한 개인 컬렉션을 기반으로 강원도 원주의 한솔오크밸리리조트 내에 ‘뮤지엄 산’ 미술관을 조성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에는 제임스 터렐, 헨리 무어 등 거장의 작품들이 있으며 다양한 한국 현대미술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 회장은 “미술품은 사적 소유물이지만 이를 흩어지지 않게 미술관에 통째로 기증해 공공재로서 기능하게 한 점은 존경받을 모범 사례”라며 “꼭 고가의 작품이 아니어도 예술 소비를 생활화하면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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