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여파로 약 150명이 목숨을 잃은 충격이 채 가시지 전에 또다시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가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강타했다. 이날 마리아가 상륙한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총리가 침수된 집에서 구출되는 급박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오전 3등급이었던 마리아가 오후 들어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격상됐다고 발표했다. 허리케인은 1∼5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높을수록 강력하다. NHC는 “마리아는 어마에 이어 올 들어 리워드(버진제도 남쪽)를 강타한 두 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마 못지않은 최고등급의 위력을 가진 마리아가 접근한다는 소식에 미국은 물론 영국령 버진제도, 앤티가바부다, 과달루프·도미니카·몬트세라트·마르티니크 등 카리브해 섬들에는 일찌감치 허리케인 경보가 떨어졌다. 특히 카리브해 섬들은 최근 허리케인 어마로 3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의 죄수가 탈옥하는 등 최악의 피해를 당한 곳으로 마리아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저지대 홍수가 예상된 프랑스령 과달루프섬에서는 학교와 관공서·상점들이 일제히 문을 닫고 주민들은 고지대로 피신했으며 푸에르토리코 주정부는 450곳에 마련된 대피시설을 개방하고 건설용 크레인을 해체했다.
이날 밤 마리아가 상륙한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루스벨트 스케릿 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지붕이 날아가고 집 안이 침수됐다”는 급박한 상황을 전했고 몇분 후 자신의 구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한편 역대급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기후변화 이슈에 무관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날 백악관은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유엔총회 서두에 열린 조찬모임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마리아가 카리브해를 통과한 뒤 미 본토에 상륙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