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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列傳 <1>MBK파트너스] 13년간 한중일 29개 기업 인수…해외선 "M&A 대부" 엄지척

자산규모 18조…글로벌 PE중 26위

대형마트·보험사·정수기 업체 등

소비재업체 분산투자로 수익률 쑥

김병주 회장 M&A전략 해외서 정평

국내선 "노동자 탄압세력" 꼬리표

지난 200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사모투자펀드(PEF)가 본격 등장한 지 15년. 이제는 도입기를 지나 성장 초반에 접어든 PEF를 운용하는 핵심인 사모펀드 운영사(PE)를 짚어봅니다. 자본시장에서도 PE는 전문가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그저 ‘먹튀’ 이미지가 강하지만 PE 스스로 자신을 감출 뿐 아니라 기업 지분을 인수해 사고파는 과정이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PE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일반인도 읽기 쉬운 ‘PE열전(PE列傳)’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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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3년 만에 한중일 3개국 29개 기업의 주인이 되고 35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 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창업주 김병주(사진) 회장 얘기다. 해외에서는 김 회장을 ‘아시아 인수합병(M&A)의 대부’라고 호평한다. 하지만 국내의 평가는 냉담하다. 2014년 11월 씨앤엠 노동자 2명은 광화문 옥외광고판 위에서 MBK파트너스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109명의 부당 해고를 항의했다. 이런저런 평가 속에 김 회장 스스로는 ‘한국 토종 펀드’의 자부심을 강조한다.

MBK는 홈플러스(투자금액 7조2,000억원), 딜라이브(2조750억원), ING생명(1조8,000억원), 중국 워프T&T(1조4,400억원), 일본 아코디아 골프(8,600억원) 등 조 단위 한중일 기업 29개에 투자했다. 운용 자산 규모는 18조원이 넘는다. 전 세계 300개 PE 중 26위 규모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돈을 맡기며 4조8,000억원 규모의 네 번째 펀드를 두 달 만에 조성했다. 사모펀드가 보통 두 자릿수만 넘으면 성공적이라는 내부 수익률은 20~25%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일본의 아코디아골프, 대성산업가스, 이랜드그룹의 모던하우스를 사들였다. MBK는 김병주 회장(마이클 병주 김)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김 회장의 운용 능력을 앞세운 펀드다. 김 회장은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0세에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명문 사립대 하버포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37세인 1999년 최고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 시장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전쟁터가 되던 2000년 김 회장은 칼라일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를 성공시키며 주목 받았다. 3,000억원에 사들인 한미은행을 3년 만에 7,000억원에 팔아 칼라일 사상 최대의 수익을 달성했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을 불러온 론스타 사건이 터지면서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국내의 목소리는 김 회장에게 기회였다. 2005년 칼라일에서 아시아계 동료를 이끌고 나와 MBK를 창업한다. 현재 MBK의 파트너는 김 회장을 포함해 윤종하 한국대표(부회장), 부재훈 파트너(대표), 김광일 파트너(대표), 박태현 파트너(부사장) 등이다. 창업 당시 한국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원했던 글로벌 투자가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중일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했다. 김 회장은 MBK 성공의 비결을 이 같은 분산투자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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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2006년 한미캐피탈을 626억원에 인수해 2년 만에 우리금융그룹에 2,711억원에 팔았고 일본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투자금 대비 5배의 수익을 거뒀다. 상장이나 자본 재구조화 등을 통한 자금회수도 성공했다. 골칫거리였던 ING생명은 5월 상장 이후 거품 논란에서 벗어나 주가가 4만원을 넘어서며 추가 수익을 올리는 단계에 진입했다. 3조원대의 몸집에 정수기에서 불순물이 나오며 매각에 난항을 겪던 코웨이는 소수 지분 매각, 배당, 자본 재구조화로 원금을 46% 회수했다. 7조2,000억원을 주고 사들이며 고가 매입 논란을 일으켰던 홈플러스는 세일즈앤드리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올해 인수한 이랜드그룹의 모던하우스와 시너지를 높여 팔 계획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쪼개 팔 수만 있다면 최고의 수익이 나는 회사인데 MBK가 그걸 해냈다”고 말했다.

MBK의 투자전략은 간단명료하다. 경기 흐름을 타지 않는 내수 기업 중 꾸준한 수익을 내는 소비재 업체에 투자를 집중한다. 대형마트(홈플러스), 케이블 회사(딜라이브), 보험사(ING생명), 정수기 렌털(코웨이) 등이 모두 이 같은 원칙 아래서 투자됐다. 가장 최근 투자처인 대성산업가스는 산업용 가스 시장 점유율 1위로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MBK의 구미를 당겼다.

하지만 MBK를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특히 ‘구조조정=부당해고’의 공식을 가진 노조는 MBK를 노동자 탄압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적은 저조한데 고배당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MBK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2016년 니켈 검출로 코웨이의 실적이 급감했지만 MBK는 전년보다 14.3% 증가한 주당 3,200원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국내 기관 투자가 일각에서는 MBK의 독선적인 투자에 대해 우려한다. 국내의 최대 투자가인 국민연금은 MBK의 4호 펀드에 참여하지 않았다. MBK가 인수를 집행하고 국민연금 등이 2조2,000억원을 대출한 딜라이브 투자에서 대출 만기가 넘도록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투자금이 채권으로 바뀌며 손실을 감수했지만 정작 MBK는 추가 부담을 지지 않았다. 딜라이브가 매각되더라도 기업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MBK는 “국민연금이 운용사 선정 시기가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국민연금은 “MBK의 성과가 초반보다 떨어지고 변동이 심해서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국내 1위 은행은 30위권, 보험사는 20위권, 자산운용사는 10위권에 불과하지만 MBK는 명실상부한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의 투자자가 외면하는 아이러니는 아시아 최대 토종 펀드를 목표로 하는 MBK의 과제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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