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파리바게뜨發 도급·파견체계 '대혼란'...제조업 전반 확산되나

프랜차이즈는 물론 대기업도 "불똥 튀나" 우려

삼성전자서비스 '근로자 지위訴'도 영향 가능성

현대·기아차 등 정규직 전환 부담도 더 커질 듯

2515A08 도급과파견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한 정규직화가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우려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향해 “사회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의 한 축인 경총은 성찰과 반성부터 하라”고 질타했다. 이후 노동계 현안에 대해 경총은 순한 양처럼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던 경총이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그만큼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결정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고용형태를 지닌 프랜차이즈 업계는 물론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까지 산업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파리바게뜨, 소송도 불사하겠다=파리바게뜨는 현재 11개 협력업체와 협정을 맺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를 교육·훈련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공급한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가맹점주가 고용한 제빵기사가 실질적으로는 가맹점 본사인 파리바게뜨 직원이라고 판단해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했고 인사관리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으며 협력사 사장이 파리바게뜨 퇴직 임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항변한다. 해당 도급 계약은 가맹점과 제빵업무 협력업체 간 체결로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3자’라는 주장이다. 업체 측은 “신제품 출시 등 특별한 시기에 조기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영업의 통일성’ 측면에서 불가피하고 제빵기사 소속 협력업체에 따라 파리바게뜨가 제공한 인사기준 등도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지시에 따라 가맹본부가 제빵기사를 직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협력사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협력사는 더욱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협력사가 생겨나기 전까지 제빵기사들은 가맹점에 고용돼 있었고, 보통 4대 보험은 커녕 급여도 지금보다 더 적었다. 가맹본부를 설득해 협력사를 세우고 제빵기사의 처우를 개선했더니 직원을 뺏기고 회사가 문 닫을 상황이 됐다고 반발했다. 현재 협력사들은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송은 물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관련 지시를 무효화하고 회사를 지키겠다는 뜻을 강력히 드러냈다.


고용부가 앞서 협력사들이 제빵기사들은 근로시간을 조작해 수당을 적게 주는 임금꺾기로 최근 3년간 110억원을 가로챘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 또한 고용부가 수치를 유리하게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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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이슈…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나=재계는 고용부의 결정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한다. 당장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 기사 1,300여명은 2013년 “원청(삼성전자서비스)과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업무교육·평가를 시행했지만 ‘수리의 완성’이라는 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해 근로자에게 일정한 자격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고용부의 이번 결정이 향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고용부가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제빵기사에 대한 조기 출근 요구 등을 ‘직접 근로 감독’의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소송의 최종 결과를 짐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로 먹구름이 드리운 현대·기아차의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현대차는 2014년 노사 합의로 사내 하도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올 상반기까지 5,700여명의 전환을 마쳤다. 연내 300여명을 추가 전환해 6,000여명을 정규직으로 돌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소속 외 근로자 수는1만207명에 달한다. 6,000명 가까운 사내 하도급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지만 여전히 1만명 넘는 외부 인력이 현대차 작업복을 입고 현대차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절반가량이 현대차가 아닌 협력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근로자다. 법원은 2심까지 “협력업체의 하도급 근로자들도 정규직 전환의 대상”이라고 판결했고 대법원 판결은 1~2년 후 나올 예정이다. 현재와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현대차로서는 2년 내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직접 하도급 계약을 맺은 인력의 정규직 전환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그 외의 인력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은 기업의 인사정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면서 “업계 근로자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은 법원의 판단이 대법원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심희정·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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