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명수 지명' 전후 뒤바뀐 통상임금 판결..."사법부 이미 달라졌다"

[진보 대법원 리스크에 떠는 기업들]

재계, 사법부 진보색채 짙어지며 '반기업 판결' 불안감

근로자 지위·뇌물죄 포괄적 인정 등 기업에 불리할 듯

2515A03 재계주목소송


“통상임금이 재정적 부담을 지워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금호타이어 통상임금 2심 판결)

“4,223억원을 추가 수당으로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 문제가 없다.”(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


지난달 18일과 31일 내려진 금호타이어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이 엇갈리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인정하면서 조건으로 내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신의칙이 더 이상 기업에 안전장치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재계는 즉각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이 불 보듯 뻔한데도 재판부가 자의적으로 경영 여건을 판단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재계에는 이러한 불만과 함께 사법부 성향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의 지명일인 지난달 21일을 기준으로 판결이 엇갈렸다.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 등을 봤을 때 사법부 성향은 이미 바뀌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재계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기업담당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지명 전후에 있었던 금호타이어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엇갈리자 재계에서는 대법원장이 지명됐을 때부터 이미 분위기는 돌아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앞으로 근로자와 첨예한 다툼을 벌이는 노동사건에서 기업들은 사실관계나 법리만큼 재판부 성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해 그만큼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신호탄으로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 내 진보 색채가 짙어지면서 반기업 정서가 판결에 묻어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통상임금을 비롯해 근로자 지위 확인, 부당해고·불법파업 등 노동 관련 사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실제로 사법부 성향 변화는 커다란 부담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법리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노동사건 특성상 재판부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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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판결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통상임금 소송은 ‘신의칙’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총 20건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신의칙 적용 범위에 대해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진보 성향의 대법원장 임명으로 재판에서 재계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대법원장 임명 전 사건을 종결 지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판단하는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마저 성향이 바뀌면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법적인 틀에서 해결하려 하는데 사법부 성향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 기업에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재계는 현재 2심 법원과 대법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기아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제기한 이들 소송도 사법부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으로 대법원이 기업 총수와 연관된 뇌물·횡령 등 사건에서 유죄를 더욱 포괄적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판례법 체계가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의 주요 판단 기준이라는 점에서 영향이 크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은 이르면 내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를 심판하게 된다.

이미 진보 성향의 재야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은 형법상 뇌물죄의 유죄 인정 요건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뇌물죄를 규정한 형법 129조에 명확한 근거도 없는데도 그동안 공무원이 받은 금품에 대해 직무집행과 대가관계가 성립해야 뇌물죄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는다. 다시 말해 금품이 오간 사실만 있다면 대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뇌물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 부회장에게는 불리한 해석이다. 삼성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성향은 이번 재판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상고심에서의 다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비쳤다.

/노현섭·이종혁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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