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서머타임 효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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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심야음주족 1,000여명이 난동을 부렸다. 이들은 진압 경찰들에게 술병을 집어던지며 “술 마실 자유를 달라”고 소리쳤다. 사달이 난 것은 서머타임(Summer Time)제 때문. 오하이오주는 바에서 술을 팔 수 있는 시간을 새벽2시까지로 제한한다. 서머타임 기간에는 술 마실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 줄어들게 되는데 술꾼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다.

서머타임으로 이 같은 ‘웃픈’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1999년 9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3명이 자동차를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했다. 시한폭탄을 설치한 차량 2대에 나눠타고 이스라엘로 진입한 테러범들은 1시간 먼저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서머타임이 해제된 시기였는데 그걸 감안하지 않고 서머타임이 적용되던 팔레스타인 시간에 폭발시각을 설정해둔 것이 문제였다.


이스라엘로서는 서머타임 덕분에 국민들이 목숨을 건졌으니 천만다행이었지 싶다. 서머타임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독일.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군수물자를 빨리 생산하기 위해 시계를 표준시보다 1시간 당겼다고 한다. 이후 에너지 절약과 경제활동 촉진을 명분으로 각국이 서머타임 행렬에 동참해 현재 북반구·남반구에 걸쳐 70여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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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래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 등 성과는 미미한 반면 생체리듬 파괴로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폐지를 검토하는 곳이 하나둘 느는 추세다.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폐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회부된 상태다. 법안이 최종 처리되면 캘리포니아는 하와이와 애리조나에 이어 서머타임이 없어지는 세 번째 미국 주가 된다.

브라질에서는 정부가 1985년부터 시행해온 서머타임 폐지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중단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서머타임 실효성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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