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신라왕궁엔 '수세식 화장실' 있었다

'신라 별궁' 경주 동궁서 발견

변기·오물 배수시설 모여 있어

동궁 규모 생각보다 더 넓을 듯

동해남부선 탓 추가조사 어려워

변기시설과 배수시설 연결 모습. 급경사를 가진 배수로가 안압지 방향을 향해 나 있다.변기시설과 배수시설 연결 모습. 급경사를 가진 배수로가 안압지 방향을 향해 나 있다.




이번 발굴로 공개된 변기형 석조물. 판석형 석조물 한 쌍과 타원형 구멍이 뚫린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이번 발굴로 공개된 변기형 석조물. 판석형 석조물 한 쌍과 타원형 구멍이 뚫린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신라의 별궁이었던 경주 동궁(東宮)에서 통일신라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중에 화장실 건물과 변기, 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25일 경주 현지에서 유적발굴 설명회를 갖고 안압지로 알려져 있는 경상북도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7~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의 유구(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파괴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는 잔존물)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는 용도의 판석형 석조물 한쌍과 그 밑으로 오물이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이 판석형 석조물의 경우 경주 불국사의 그것과 흡사해 불국사의 구조물 역시 변기형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됐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불국사의 유사한 구조물이 있는데, 노천에 그냥 놓여 있는 상황이라 이 석조물의 용도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비슷한 형태의 구조물이 발견돼 변기의 일부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용방식은 변기에 물을 흘려 오물을 제거하는 수세식으로 추정되며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추어지지 않은 점을 볼 때, 배변 이후 흘려보냈다고 추정된다. 배수로는 고도차 40㎝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는 암거시설로 흔히 알려진 안압지 연못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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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소장은 “오수를 안압지로 흘려보내는 과정 중 정화조 기능을 하는 시설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발굴 현장 바로 앞을 지나가는 동해남부선 철도 선로 때문에 현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동해남부선은 애초 2016년 철거가 예정돼 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번 발굴은 경주 동궁의 범위가 보다 넓었을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발굴 조사를 통해 경주 궁궐의 발전과 확대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애초 경주 동궁의 범위에 대해 안압지를 중심으로 추정했지만, 이번 발굴 결과를 통해 기존 추정보다 보다 더 넓은 곳에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동궁과 월지 유적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674년(문무왕 1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으로, 신라 멸망 이후 파괴됐다가 1975년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됐다. 첫 조사 당시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3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돼 화려했던 신라 왕실의 보고로 가치가 높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등을 발굴하고 있다.

/경주=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이 이번 발굴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경주=우영탁기자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이 이번 발굴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경주=우영탁기자


유적지 바로 옆을 지나가는 동해남부선 철도 선로/우영탁기자유적지 바로 옆을 지나가는 동해남부선 철도 선로/우영탁기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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