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처음 진단을 받은 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아시아 5개국 24개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3상 임상시험(책임자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 결과다.
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임상 암 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치료를 시작한 지 3개월만에 골수를 뽑아 현미경으로 검사했더니 암세포의 염색체 수가 10% 이하로 줄어든 환자의 비율(조기 분자반응율)이 슈펙트 300㎎·400㎎을 하루 2회 투여한 그룹은 86%·87%로 글리벡 투여군(71%)보다 높았다.
치료를 시작한지 1년만에 암세포의 염색체 수가 1% 이하로 줄어 현미경으로 더 이상 확인이 안 되는 ‘완전한 세포유전학적 반응률’(CCyR)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도 슈펙트 300㎎ 투여군이 91%로 글리벡 투여군(77%)을 웃돌았다.
이 단계로 경과가 좋아지면 염색체 수 대신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킨 이상 유전자(BCR-ABL1)의 수를 비교한다. 이 유전자의 수가 치료를 시작할 당시의 0.1% 이하로 줄어드는 ‘주된 분자반응’(MMR) 환자의 비율도 슈펙트 300㎎·400㎎ 투여군이 52%·46%로 글리벡 투여군(30%)보다 우수했다. 이상 유전자의 수가 이렇게 줄어든 환자는 약을 꾸준히 먹으면 같은 나이의 정상인과 같은 기대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27일 “슈펙트의 효능은 글리벡보다 뛰어나고 2세대 표적치료제인 BMS의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 노바티스의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와 비슷하다”며 “부작용이 달라 상호 보완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펙트 투여군은 임상시험 기간 중 증상이 가속화되거나 돌발적 위기에 이르지 않았고 부작용은 대부분 용량을 줄여 관리할 수 있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슈펙트는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 의약품,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골수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발생한다. 9번·22번 염색체의 끝 부분이 절단된 뒤 상대편과 잘못 결합해 생긴 이상 염색체(필라델피아 염색체)와 이상 유전자 간 융합(BCR-ABL1 유전자)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백혈구 계열의 세포가 적혈구 계열보다 50배가량 많아진다.
환자의 병기는 만성기, 가속기(혈액검사상 백혈구 수가 증가하고 혈소판이 감소), 급성기로 나뉜다. 환자의 90% 이상은 만성기에 진단되며 만성기는 3~4년가량 지속된다. 대개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증가와 빈혈이 나타난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기 환자의 75~80%는 2.5~3년 뒤 급성기로 진행된다. 미성숙 아세포들이 급증해 수백만 개의 쓸모 없는 백혈구를 생산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원인 모를 열, 심한 체중감소, 골관절의 통증, 출혈, 감염 등의 증상이 심해지며 비장이 비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