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北리스크·금리인상 우려에..외국인 보유 원화債 100조 붕괴

5~10년만기물 집중 팔아치워

당분간 매도 지속 가능성 커

장기 투자자 이탈 늘어날수도

2915A08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 추이 수정1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이 이틀간 약 3조원에 가까운 원화채권을 팔아치워 외국인 보유자산도 줄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한동안 위험 헤지를 위한 매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1조6,291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27일 기준 99조3,687억원이다. 올 4월 100조원을 돌파한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7월 106조원까지 늘었으나 이달 들어 급격하게 감소했다. 특히 26~28일 3일간 외국인투자가들이 원화채권을 2조9,782억원이나 매도하면서 보유잔액은 급격히 줄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0.1bp(1bp=0.01%포인트) 1.888%를 기록했다. 3년물은 한 달 새 14.1bp나 올랐다. 이날은 장기물의 상승 폭이 컸다. 10년물은 3.4bp 오른 2.394%, 20년물은 4.3bp 오른 2.429%로 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며 원화채권 물량을 시장에 쏟아냈다. 특히 25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미국 전략폭격기 폭격’ 발언은 외국인투자가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북핵 리스크에 국가·기업 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 40bp 수준에서 이날 75.43bp까지 급등했다. 국가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채권 발행 비용 증가를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매도세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정부는 외국인의 채권 매도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증권 매도는) 일시적인 이익실현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따른 것도 있기 때문에 북핵리스크 때문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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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외국인 매도 물량이 추가됐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전일 간담회에서 “실질중립금리가 2%보다 하락했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이에 비해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나온 직후 전일 오후3시께 시장에는 약 5,000억원 이상의 국고채 5년물이 쏟아져 나와 국채 선물 가격을 급락시켰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 금통위원의 발언 직후부터 환율과 금리가 급등했다”며 “신 위원은 조동철 금통위원에 버금가는 비둘기파인데 의외의 발언을 하면서 캐리(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이나 주식을 사 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접고 당장의 불확실성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매도 주체로 템플턴과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지목하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채권 중 일부 국고채는 2·4분기까지 템플턴 펀드가 보유하던 종목”이라며 “총 3조원의 매도 물량 중 1조1,000억~1조8,000억원의 물량은 템플턴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달 초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원화채를 포함한 신흥국 채권을 정리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들 매물일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보유한 원화채권 물량이 아직 남아 있어 연휴 이후 추가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다. 6월 말 기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원화채 규모는 약 7조원 수준인데 이번에 일부를 매도했다면 향후 5조~6조원 정도 추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외국인 매도가 대부분 5~10년 만기물에 집중되면서 장기 투자가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 매물이 나오면 외국인 매도세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 준안전자산 역할을 하던 원화채권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글로벌 채권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미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했지만 리스크 관리로 전략을 전환하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채권시장과 함께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물은 부담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365억원을 팔았다. 특히 SK하이닉스(523억원), 삼성SDI(303억원), 삼성전자(200억원) 등 IT주를 집중 매도했다. 다행히 연휴를 앞두고 개인들이 매수세를 펼치며 0.2% 상승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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