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코리아세일페스타 본격 개막] “축제 맞나요… 명동·가로수길 ‘썰렁’”

신세계백화점 서울 명동 본점에 걸린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물. /윤경환기자신세계백화점 서울 명동 본점에 걸린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물. /윤경환기자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9일 오후 명동. 중국 국경절 휴일(10월1일~8일)과 맞물린 연휴의 첫날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특히 지난해 연휴 첫날부터 거리를 발디딜 틈 없게 만든 중국인들이 자취를 감춘 영향이 컸다. 미샤, 올리브영, 에뛰드하우스 등 일부 화장품 로드숍을 제외하고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할인 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물이 붙은 점포는 거의 없었다.

길 건너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장을 오가는 고객 수는 여느 평일과 다름없었다. 상층부에 위치한 면세점도 출국을 위해 면세품을 미리 사는 내국인 고객과 중국인 관광객 수가 비등할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지난해 같은 날 이들 백화점은 오전 10시 30분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행사를 즐기기 위해 길게 줄을 섰던 곳이었다. 국내 최대 할인 행사가 열리는 날이라는 게 무색할 수준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매장 직원 김모씨는 “추석 연휴를 앞뒀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고객이 많은 편이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중국인 관광객이 없어져 사람이 없는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정부와 유통·제조·서비스업체들이 합심해 추진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막을 올렸지만 현장에서 마주친 열기는 지난해보다 훨씬 썰렁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참고해 만든 행사다. 2015년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난해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올해는 소비 진작을 위해 기간도 지난해보다 하루 더 늘리고 참여 업체도 87개를 추가한 428개로 확대했다. 전통시장도 405곳이나 참여한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열흘간의 장기 연휴 효과까지 앗아간 분위기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할인 기간은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인데 애초에 중국 국경절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기간이라 그 타격이 더 심해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국인이 28만 명이나 방문해 면세점 매출의 64.5%를 쓸어갈 정도로 소비 기여가 높았지만, 올해는 그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명동을 비롯한 서울의 각 관광명소, 주요 백화점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임에도 축제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상당수 쇼핑시설 입점 매장들도 대부분 평소보다 할인율을 높이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코리아세일페스타 존재 자체를 모르는 매장 직원과 소비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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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사람이 없이 한산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변수연기자29일 사람이 없이 한산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변수연기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은 영국인 조슈아(27)씨는 “홍보 포스터나 사람도 없고 영국의 복싱데이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런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가로수길 더스토리오브후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점원 최명화씨는 해당 브랜드가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에 ‘전품목 10% 할인’을 명시했음에도 “관련 내용을 본사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세일’이라는 것에 익숙지 않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행사를 아예 남의 일인 듯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남대문시장을 비롯한 대다수 서울시내 전통시장에는 행사 포스터나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수십 년째 이불 장사를 하고 있는 박모(78) 할머니는 행사 이름 자체도 금시초문인 듯 “무슨 페스트?”라고 묻더니 “지난해 추석 때보다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는 정부가 내수 진작에 나서면 그나마 시중에 돈이 돌아서 재래시장까지 효과를 봤지만 지금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아무래도 중국인이 없다 보니 지난해보다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백화점이나 하는 행사지 시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었다. 긴 연휴로 그나마 평소보다 숨통은 트이겠지만 부진의 늪에 빠진 실적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A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3·4분기 백화점들의 실적은 상반기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홍보 비용은 잔뜩 투입했지만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윤경환·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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