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약 복용, 식사 30분 뒤' 이젠 잊어주세요

서울대병원, 고혈압약 등 900개

'식사 직후 복용'으로 기준 바꿔

복약 깜빡 등 환자 불편 줄어들듯

서울대병원 약사가 ‘식사 직후 복용하세요’라는 권고사항이 인쇄된 약을 환자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약사가 ‘식사 직후 복용하세요’라는 권고사항이 인쇄된 약을 환자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이 ‘식사 30분 뒤 약을 복용하라’는 관행적 복약기준을 퇴출하고 지난 26일부터 ‘식사 직후 복용’으로 바꿨다.

식사 30분 뒤 약을 먹어야 좋다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30분을 기다리다 약 먹는 것을 까먹는 환자들이 종종 있어서다. 여러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로부터 “시간에 맞춰 복용하기 어렵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식사 30분 뒤 복용하라’는 복약기준이 없다.


하지만 많은 의사·약사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약을 처방할 때 “식사 직후 약을 먹으면 음식물이 약 흡수를 방해한다”거나 “위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식사 30분 뒤 복용할 것을 권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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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희 서울대병원 약무과장은 “수년 전 일부 당뇨병 치료제(글리메프라이드 성분)와 고지혈증 치료제(스타틴 계열) 등을 ‘식사 직후 복용’하도록 바꿨지만 고혈압·감기약, 소염진통제 등 900여 품목의 복약기준을 한꺼번에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숙 약제부장은 “식후 30분 복용이 워낙 오래된 관행이어서 병원 약사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는 등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며 “복약기준 간소화로 조제시간과 환자 대기시간, 복약기준 설명시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러 약을 함께 조제할 때 복용시간이 다른 약이 있으면 수동으로 따로 조제하거나 용법이 같은 약끼리 묶는 과정에서 조제·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대부분 약은 식후·식전·취침 전에 복용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치료제,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 위장장애·속쓰림이 심한 철분보충제·빈혈약 등은 이미 식사 직후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음식물·위산이 약 흡수를 방해하거나 위장관운동 개선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당뇨병 치료제 등은 식전에 복용한다. 아침에 배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변비약,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약 등은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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