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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남한산성’ 이병헌 “바꿀 수 없는 역사가 주는 무게감...큰 울림으로 다가 와”

“굉장히 무게가 느껴지는 슬픔이랄까. 역사적인 사실 속에 토씨 하나 바꿀 수 없는 슬픔이 담긴 영화입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들었다면, 엔딩도 바꾸면서 때론 통쾌하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겠죠. ‘남한산성’은 바꿀 수 없는 역사가 주는 무게감 그리고 슬픔이 있어요. 그게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3일 개봉한 ‘남한산성’(제작 (주)싸이런 픽쳐스,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감독 황동혁)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이병헌은 지금의 치욕을 견디어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조판서 ‘최명길’ 역으로 열연한다.




‘남한산성’ 배우 이병헌은 ““바꿀 수 없는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 큰 울림으로 다가 왔다”고 말했다./사진= CJ엔터테인먼트‘남한산성’ 배우 이병헌은 ““바꿀 수 없는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 큰 울림으로 다가 왔다”고 말했다./사진= CJ엔터테인먼트


최근 ‘남한산성’ 인터뷰 차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은 “정말 우리의 역사니까 진짜 울림이 컸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시나리오라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저는 작품을 결정할 때, 아주 단순하게 제게 울림을 줬는지가 큰 영향을 끼쳐요. ‘남한산성’은 어떤 슬픈 영화보다 크고 깊은 감정을 줄 거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무거운 슬픔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굉장히 묵직한 슬픔을 가진 영화로 느껴졌거든요.”

“‘남한산성’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 점은 되게 독특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든 반대편이든 인물에 감정이입이 돼서 관객들이 따라가게 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 감정이입이 100번 이상이 바뀌게 해요. 결국은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해요. ”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청과의 화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나라와 백성을 위한 같은 충심을 지녔지만 다른 신념으로 맞선 예조판서 ‘김상헌’ .최명길과 김상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두 충신의 팽팽한 대결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칼보다 날카로운 ‘말의 대결’이 상업영화라는 무게감에 흔들리지 않는 황동혁 감독의 뚝심, 이병헌 김윤석의 내공으로 제대로 살아났다.

소설 ‘남한산성’의 원작자 김훈 작가는 “소설 속에서 문장으로 쓰인 말들을 배우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전달하니 영혼이 불어넣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눈빛부터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까지 ‘최명길’ 그 자체를 보여준다.이병헌은 눈빛부터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까지 ‘최명길’ 그 자체를 보여준다.


‘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과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 만든 영화다.‘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과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 만든 영화다.


한 나라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모습을 보며 이병헌은 “어느 편도 들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전쟁과 백성의 죽음을 막기 위해 치욕을 감수하더라도 지금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최명길의 주장과 대의를 지키고자 청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김상헌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고하는 대사는 청과의 화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 최명길의 굳은 신념을 고스란히 담아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조에게 화친의 답서를 쓰기를 간청하는 최명길을 역적이라며 비난하는 조정 대신들 앞에서 던지는 최명길의 대사는 청의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후일을 도모하려 했던 최명길의 소신을 분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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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김상헌, 두 사람 모두 지극히 옳은 소신을 갖고 있었던 충신이었어요. 서로가 그렇게 피를 토하면서, 자신의 뜻을 어필해요. 주먹을 날리면서 하는 싸움보다 더 강하게 어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상대를 존경하면서 정중한 마음으로 소신을 피력해요. 아. 이 사람도 만백성의 목숨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다음을 생각하는 충신이구나란 걸 아니까 솔직하게 왕에게 이야기하잖아요. 그 속에서 왕이 누구의 손도 쉽게 들어주지 못하는 그 상황이 서글프죠. 둘의 외교 방법은 너무나 달랐지만 결국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두 사람의 주장과 의지가 모두 설득력 있게 다가오죠.”

이병헌은 “최명길과 김상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두 충신의 팽팽한 대결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전했다.이병헌은 “최명길과 김상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두 충신의 팽팽한 대결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이리스’ 이후 vN 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9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병헌은“김은숙 작가의 글이 정말 좋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좋은 김은숙 작가의 좋은 대사를 내 입으로, 내 연기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궁금했다”고 드라마 복귀 소감을 전했다.‘아이리스’ 이후 vN 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9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병헌은“김은숙 작가의 글이 정말 좋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좋은 김은숙 작가의 좋은 대사를 내 입으로, 내 연기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궁금했다”고 드라마 복귀 소감을 전했다.


‘남한산성’은 개개 인물이 아닌 굵직한 서사가 끌고 가는 영화다. 그렇기에 배우에겐 연기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할 수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의 감성 혹은 호흡이나 속도가 달라 관객에겐 지루할 수도 있다. 이에 이병헌은 “감독이 보이는 영화, 배우가 보이는 영화란 잣대로 작품을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스란히 대본을 따라가자고 생각했어요. 워낙 글이 좋잖아요. 그 시나리오 자체만으로 너무 완벽해서 완성본 영화를 보지 않아도 시나리오가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어찌보면 배우가 뭐 하나 더 할 게 없었다고 할까요? 내가 시나리오 안에서 발버둥치고, 창조해낼 필요 없이 그 안에 다 있기 때문이었죠. 무엇보다 실제 역사를 가지고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인물의 방향에 대해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게 중요했어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했어요.”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명실상부 천만 배우로 거듭난 이병헌은 ‘내부자들’(707만), ‘마스터’(714만)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흡인력 있는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대한민국 대표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무려 26년차 배우인 그가 필모그래피 상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달콤한 인생’,‘번지점프를 하다’, ‘매그니피센트 7’, ‘싱글라이더’, ‘내부자들’등이다. 이번 ‘남한산성’ 역시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생각을 안긴 남다른 영화로 오래 오래 기억될 듯 하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답을 주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누가 옳은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되게 아이러니 한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최명길 편이 많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는 점이요. 400년 전, 그 때 시대에 태어난 최명길은 혼자 역적으로 몰려요.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신중하게 선택한 소신이었잖아요. 우리가 사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죠. 작품을 하면서 어떤 시대를 타고나 어떤 생각을 하느냐 역시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죠.”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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