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유럽의 젊은 우파 부상…'우클릭 경쟁' 선봉장에

31세 동갑 디마이오·쿠르츠 伊·오스트리아 정계 돌풍

중도 표방하지만 반난민 목소리 높이며 '우클릭'

獨 제3정당 부상한 AfD의 리더도 30대 여성 바이델

난민 이동 해상길 차단 주장하고 독설가로 유명세

최근 유럽에서 극우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 정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30대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류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이들이 반이슬람, 반난민 등을 강조하며 ‘우클릭’ 행보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파는 물론이고 표면적으로는 중도를 자처하면서 사실상 극우 논리를 펴는 포퓰리즘 정치인들까지 득세해 유럽 정계에 ‘우클릭’ 경쟁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하원 부의장 /AFP연합뉴스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하원 부의장 /AFP연합뉴스





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유럽 정계를 뜨겁게 달군 대표적 정치인으로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마이오 하원 부의장이 꼽힌다. 디마이오는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온라인 경선에서 83%의 압도적 지지율로 신생정당 오성운동의 대표로 선출됐다.

31세 청년인 디마이오는 내년 총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는 오성운동을 이끌게 됐다. 5년 전까지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세계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노리게 된 것이다.

오성운동은 좌우를 뛰어넘은 중도를 표방하지만 난민문제 등에 있어서는 여느 극우파들과 다르지 않다. 환경문제,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좌파적 색채를 띠지만 강경한 이민정책을 강조하는 면에서는 극우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다. 평소 깔끔한 셔츠와 정장을 즐겨 입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디마이오 역시 반이민 등을 주장해왔다.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디마이오가 온건파라는 해석이 있지만, 그는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 /AFP연합뉴스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 /AFP연합뉴스


오는 15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치르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우클릭’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오는 총선에서 사회민주당과의 연정을 무너뜨리고 조기 총선을 밀어붙인 국민당과 지난 대선 결선 투표 패배 후 칼을 갈아온 자유당 간에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국민당은 중도 우파, 자유당은 극우파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정당으로 60년 이상 존속했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오스트리아 중앙 정치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는 난민 위기, 경제 문제 등으로 여론의 외면을 당한 국민당과 사민당을 누르고 결선 투표에 후보를 진출시켰다. 자유당은 올 5월까지도 30%대 초반 지지율로 1위를 달렸으나 국민당이 31세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외무장관을 당 대표로 내세우면서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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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당과 자유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클릭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당수는 지난달 선거 유세 개시 연설에서 “국민당과 사민당의 결정적인 오판 때문에 오스트리아인이 소수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슬림 난민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국민당이 자유당에 반난민 이슈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연일 극우 논리를 펴는 상황에서 젊은 정치인 쿠르츠 당수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는 기존 난민 정책이 잘못됐다면서 발칸 루트 폐쇄에 이어 지중해 루트도 폐쇄할 것을 유럽연합(EU)에 요구했던 인물로 극우 성향의 정책 때문에 최근 ‘외르크 하이더 2.0’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0년대 대중을 선도하며 자유당을 이끌었던 외르크 하이더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알리체 바이델 독일 AfD 공동 원내대표 /AFP연합뉴스알리체 바이델 독일 AfD 공동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독일 제3정당으로 발돋움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 원내대표 알리체 바이델도 30대 여성 정치인이다. 38세인 바이델은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AfD가 12.6%의 득표율로 연방의회에 당을 입성시키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국수주의적 노선을 공개 표방하는 극우정당이 독일 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한 것은 지난 2차 대전 종전 이후 처음이다.

바이델은 미국 투자업체 골드만삭스의 경제전문가 출신으로 스위스인을 동반자로 둔 동성애자다. 그는 엄격한 망명법과 주요 난민 이동로인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이르는 해상 루트 차단을 주장해왔다. 해상 난민을 구조하는 독일 해군을 비난하는 등 극우 발언을 서슴지 않아 ‘나치’라는 비난을 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 “트럼프는 메르켈이 미쳤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독일 총선에서 AfD의 선전이 험난한 유럽 정치의 앞날을 암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류 정당에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 이탈하고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극우파에 표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 선거 등에서 극우 정당이 선전한 반면 주류 정당의 표 이탈이 상당했다”며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주류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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