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해외 이주한 개성공단 기업들 10% 대출금리로 파산 직전, 말뿐인 정부지원

베트남·캄보디아 등으로 공장 옮겼지만

인건비 상승·고금리 대출 등으로 자금난

1년8개월째 정부 보상·지원 미비

개성공단 비대위, 11일 대책회의 예정

가동설 제기된 개성공단./연합뉴스가동설 제기된 개성공단./연합뉴스




“피해 입은 금액만이라도 정확히 산정해서 지원해주겠다고 정부에서 약속했지만, 1년8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무소식입니다. 지난해에 정부는 피해액을 보상해주고 정부 보증으로 저금리 대출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입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한 기업 대표 A씨는 8일 이 같이 토로했다. 현재 해당 기업은 운영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씨는 개성공단 가동이 급작스럽게 중단된 이후 원료와 소재, 공장 기계 등 자재를 모두 두고 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고통받아왔다고 말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기관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저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해왔지만, 현재 대출은 막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베트남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10%가 넘는 대출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지역의 최저임금도 약 2년 새 꾸준히 오르면서 공장 운영은 지금까지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올해 봄 정부가 갑자기 바뀌면서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피해 입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업체 51곳이 해외에서 공장 74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현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운영 자금난, 미흡한 노동자 숙련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캄보디아 공장 4곳 중 3곳은 철수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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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12일 오전 안개에 휩싸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군사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발표에 따라 전날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면서 통일대교 교통량은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파주=송은석기자지난해 2월12일 오전 안개에 휩싸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군사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발표에 따라 전날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면서 통일대교 교통량은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파주=송은석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기업협회사무실에서 비공개로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국내 산업단지 빈 자리에 들어가는 등 생존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가 약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몰래 운영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공단이 재가동됐다면 공단 조성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며 “11일 회의 이후 필요하다면 입주기업 전체를 소집하는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공단 재가동’을 보도했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6일 이 보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첫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국회는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공단 재가동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입주기업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먼저 듣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설날 연휴 막바지였던 2월 10일, 개성공단은 잇따른 북한의 도발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 차원에서 가동이 중단됐다. 입주기업은 124곳, 협력업체는 5000여곳이다. 관련 종사자수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공단 폐쇄 이후 상당수 기업은 매출 및 인력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단 재개시 재입주를 희망해왔다. 비대위가 6월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94%가 ‘재입주하겠다’고 답했다. 입주 이유에 대해 공단의 인건비 대비 높은 생산성, 낮은 물류비, 숙련노동자 등을 꼽았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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