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자고나면 가격 급등"...화학 르네상스 열리나

국제 가성소다값 52% 올라

TDI도 90%↑ t당 4,450弗

저유가 흐름·中 환경규제 영향

공급 부족으로 호황 이어갈 듯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으로 접어들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공급이 단기간 증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화학산업 르네상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제 가성소다 가격은 t당 505달러로 300달러대였던 지난해 10월 대비 52% 이상 올랐다. 특히 가성소다 가격이 5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가성소다는 염색이나 반도체 등 산업현장에서 세척제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이다.


신발 밑창이나 아스팔트 원료인 폴리우레탄 제조에 쓰이는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는 현재 t당 4,450달러로 작년보다 90% 이상 올랐으며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도 t당 1,350달러대로 올해 6월 말보다 27.8% 상승했다. 이외에도 부타디엔은 1,550달러로 3개월 새 58% 이상 급등했고, 파라자일렌(PX)은 7.3%, 스티렌모노머(SM)도 13% 이상 뛰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4분기 저점에 비해 대부분 화학제품 가격이 10% 안팎 올랐다”며 “나프타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화학업체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 2·4분기 단기적인 위축을 겪었지만 이후 빠르게 업황이 회복되면서 석유화학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은 6~8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최근에도 몇 년간 공급과잉을 겪으며 최악의 시기를 겪은 화학업계에서 신증설이 뜸했고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서 ‘업사이클(상승기)’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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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전의 ‘업사이클’과 지금의 업황은 다소 다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공급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지만 결국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유럽 등 글로벌 석유화학업체들이 정기보수를 비롯해 자연재해와 정부 규제 등 외적 요인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강력한 환경규제에 석탄분해설비(CTO) 가동이 줄면서 제품 생산이 감소했고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미국은 에탄분해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급등세인 가성소다의 경우 CTO 가동 중단으로 PVC 생산 가동률이 하락하고 PVC 생산이 줄자 원료로 사용되는 염소 생산량도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가성소다 역시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현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으로 안정적인 저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노후 설비나 오염 물질 배출 시설 가동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화학업체들이 과거 만큼 신증설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도 국내 업체에 긍정적이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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