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직접 미국 화장품 업체 인수에 뛰어든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 중국 관련 매출 급감에 따른 충격을 북미시장에서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코스맥스의 올해 2·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43억2,10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1.2%, 순이익도 95억3,300만원으로 8.4% 감소했다. 역시 사드 후폭풍 탓이다. 코스맥스가 지금까지 북미시장을 노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캐나다 보건국으로부터 화장품 및 일반의약품(OTC) 제조 부문 인증을 받으며 수출확대 여건을 확보한 후 미국 화장품 업체 네리움인터내셔널과 신제품 개발·공급·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1,000억원을 투자해 직접 인증을 받아 수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N사 인수로 코스맥스의 북미시장 진출 전략은 180도 바뀌었다. 개발·생산·판매 등이 바로 가능한 업체를 인수해 북미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사드 충격 흡수가 다급한데다 북미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인증을 받아 수출을 진행하고 MOU 업체와의 개발·생산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향상되며 국내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5년 기준 388억달러로 중국보다 121억달러 더 크다.
코스맥스가 국내 화장품 업체 중 해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만큼 N사 인수는 사드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변수 등에 대한 선제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사는 1991년 미국에서 설립된 미국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다. 친환경 기반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 있을 뿐 아니라 공장이 뉴저지에 있어 최대 소비시장인 뉴욕을 비롯해 미국 내 공급망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도 탐냈던 알짜회사다. 특히 색조화장품은 미국 내에서도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통한다.
코스맥스는 북미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할랄 화장품은 인근 이슬람 국가로, 태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얀마·베트남 등으로 수출해 동남아 지역의 K뷰티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사드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으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북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이미 윔저와 손잡고 미국 화장품 ODM 기업 프로세스테크놀로지스앤드패키징을 공동 인수했다. 아우딘퓨처스는 최근 루이비통 계열 편집숍인 세포라 미국 매장 330곳에 입점하며 시장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4위 화장품 ODM 업체인 코스온은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미국 화장품 업체 타트에 제품 520만개를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