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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제네릭·백신도 주력제품 육성"

"제네릭 美 FDA 심사 중…조만간 긍정적 소식 들릴 것"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7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도=권욱기자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7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도=권욱기자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제네릭·백신’을 3대 전략제품군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도약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통해 구축한 경쟁력을 발판으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백신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해외 의약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서정진(60·사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셀트리온제약(068760)의 제네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제네릭의 글로벌 진출현황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한서제약을 인수한 뒤 셀트리온제약을 설립하고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억정(1조원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합성의약품 제조공장을 충북 오창에 지었다. 서 회장은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셀트리온제약의 제네릭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마케팅을 앞세워 셀트리온제약을 글로벌 1위 제네릭 전문업체인 이스라엘계 다국적 제약사 테바 같은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미국 제네릭 시장 공략은 만만치 않았다. 다른 국가보다 높은 진입장벽과 자국 제네릭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책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120년 역사의 국내 제약사에서 국산 신약 19종 중 9종이 FDA 승인을 받았지만 국산 제네릭은 대웅제약 항생제와 휴온스 생리식염수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할 정도로 미국 시장은 까다롭다. 제네릭의 특성상 품질은 엇비슷하기 때문에 마케팅 경쟁력이 성패를 가르는 최대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서 회장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가 1,700조원 수준인데 이 중 70%를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이 차지한다”며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성공을 자양분으로 삼아 8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제네릭 시장 진출에 포문을 열고 차세대 백신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제약은 2015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76종의 제네릭을 허가받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셀트리온에 인수되기 전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허가받은 제네릭이 11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제네릭 시장에 뛰어든 기존 국내 제약사의 성과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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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제네릭 76종 허가 받아 공격적 행보


독감 치료제 임상 2상 진행…백신에도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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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테바’ 같은 기업으로 키우겠다”

앞서 출시한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질환 치료제 ‘고덱스’는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대웅제약 ‘우루사’를 제치고 간판제품으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 전문의약품 매출액에서 고덱스는 2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우루사는 187억원에 그쳤다. 셀트리온제약은 기세를 몰아 고덱스의 일부 성분을 변경해 일반의약품으로 바꾼 ‘가네진’까지 선보이며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셀트리온은 주력제품인 바이오시밀러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을 마치고 출시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휴미라는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달리는 애브비의 바이오의약품이다. 지난해에만도 단일제품으로 160억7,800만달러(약 1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서 회장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사실상 끝냈지만 애브비가 진행 중인 차세대 휴미라를 겨냥해 임상시험을 전략적으로 늦추고 있다”며 “농축된 형태의 새 휴미라가 출시되면 기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다시 제품 개발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으로 부상한 백신도 차세대 전략제품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바이오의약품이 이미 발병한 환자의 난치병 치료에 쓰이는 반면 백신은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잠재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셀트리온도 2002년 설립 당시 에이즈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최종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백신을 대체할 차세대 독감 치료제 ‘CT-P27’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은 현존하는 모든 독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으로 꼽힌다. 기존 독감 치료제로는 크게 백신(3·4가 백신)과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가 있지만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접목했다. 앞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도 뛰어난 효능이 입증돼 업계에서는 단일제품으로 1조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독감 치료제 기술을 기반으로 B형간염 치료제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틈새시장으로 불리는 호르몬 및 효소 시장에도 진출한다. 다만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인도나 중국 등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미 여러 기업과 협상 중이어서 늦어도 3년 내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셀트리온 측은 전망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을 갖춘 3대 바이오 기업으로 제넨텍과 암젠·셀트리온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며 “셀트리온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세계 최다 임상시험 환자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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