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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박광현 “만족스러운 망가짐…즐기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 박광현이 달라졌다. 밝고 착하고 귀여운 남자의 이미지를 벗고,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것이다.

터널에서 생긴 사고로 인해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자립갱생기를 다루는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박광현은 김은향(오윤아 분)의 전 남편이자 구세경(손여은 분)의 전 내연남 추태수를 연기하면서 안방극장의 원성을 톡톡히 사고 있다. 여러 종류의 악녀들이 판을 치는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추태수는 남자들 중 최고 악인으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


그렇다고 마냥 밉지만은 않다. 캐릭터만 봤을 때 추태수는 이익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서 재활용도 불가능 한 ‘국민 쓰레기’임에 분명하지만, 깐죽거리다가 땅에 묻히는가 하면, 노숙자 행세로 위기를 넘기는 등 ‘지질함의 극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만난 박광현은 극중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라미네이트를 직접 말할 정도로 유쾌하고 또 솔직했다. 이제 더 이상 망가짐이 두렵지 않다는 박광현은 ‘언니는 사랑있다’에서 자신이 맡은 ‘약방에 감초’ 역할이 꽤나 마음에 든 듯 보였다.

Q.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게 됐어요.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지났어요. 이제 중견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배우로서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악역을 연기한다고 해도 배우 박광현이 가지고 있던 명량하고 쾌활한 이미지는 어디 가지 않더라고요. 지난 7년 간 본부장의 이미지로 오랫동안 연기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죠. 얼마든지 더 나쁜 연기를 할 의사가 있어요.”

Q. 추태수의 경우 정말 ‘지질한 불륜남’이었는데, 박광현씨의 연기를 본 아내의 반응이 궁금해요. 뭐라고 피드백을 해 주던가요?

“사실 드라마 초반에는 아내가 육아를 해야 해서, 본방송을 자주 못 봤어요. 애기가 잔 후에야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초반에는 모니터를 많이 못해 줬었는데, 후반부로 오면서 활발하게 모니터를 해주고 있어요. 제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더 지질하고 망가지라고 조언해 주더라고요.”

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


Q. 불륜남을 연기하면서 진한 애정신도 나왔어요. 이에 대해서는 아내가 뭐라 하던가요?

“아내도 연극인 출신이고 연기에 대한 이해가 높다보니 조언도 많이 해주고, 진한 애정신이 나오더라도 ‘연기니까’라며 이해해 줘요. 연기에 대한 부분은 크게 터치를 안 하죠.”

Q. 추태수를 연기하는 것이 무척 즐거워 보여요.

“더 망가지면 좋겠어요. 하면서도 재밌거든요. 즐기고 있어요.(웃음) 지난번 생수통 배달원 분장 장면의 경우 조끼만 의상 팀에서 준비해주고 팔토시 같은 남은 디테일은 제가 다 준비한 거였어요.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시청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러한 더 욕심이 더 커져서 문제에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그저 ‘나쁜놈’으로만 보셨다면 요즘은 ‘재밌다’ ‘감초 같다’는 말들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잠깐 나오고 들어가지만 임팩트가 있어서 좋다는 평들도 있어서 좋아요.”

Q. 추태수의 굴욕이 ‘짤’로 돌아다닐 정도로 최근 코믹연기에 물이 올랐어요.

“대본을 보면 ‘너 꺼져’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제가 이를 ‘꺼지고 또 꺼져’고 했죠. 현재 ‘꺼지고 또 꺼져’가 요즘 많이 밀고 있는 대사로, 대본이 나오면 어디다 넣을까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꺼지고 또 꺼져’처럼 애드리브를 치는 이유는 제 연기에 도움도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에요. 즐겁게 해야 에너지가 생기지 않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했던 ‘꺼지고 또 꺼져’를 다른 배우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만약 ‘꺼지고 또 꺼져’가 유행이 돼서 광고에 카피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꺼지고 또 꺼져’는 추태수가 먼저 했다는 점이죠. 제가 원조라는 것을 말하고 싶네요. (웃음)”

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


Q. 지금의 추태수는 초반 추태수와 느낌이랄까, 성격 적인 부분에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 추태수는 처음부터 지질한 느낌의 악역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오리지널 악역, 그야말로 못된 놈이었죠. 진짜 나쁜 놈이었는데 제가 중간에서 순화를 했어요. 제 색깔을 넣어야겠다 싶었죠. 악역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악랄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오리지널 악역이 맞지 않는 옷 같더라고요.”


Q. 중반부터 추태수의 방향이 바뀐 것이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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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라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가 능력부족인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연기하는 데 힘이 부치더라고요. 그래서 ‘박광현’에 맞게 깐죽대고 지질하게 가자 싶었죠. 때마침 그 즈음에 극중 추태수가 망하더라고요.(웃음) 많은 이들이 추태수의 망가짐을 좋아하시니 재미있어요. 대본 속 노숙생활을 하는 추태수를 보면서 아마 작가님께서도 추태수를 그 쪽(코믹)으로 방향을 트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을 뿐이죠. 하하.”

Q. 코믹연기와 더불어 외적으로 ‘라미네이트’에 대한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라미네이트로도 욕을 많이 먹었잖아요.(웃음) 저는 진심을 담아 연기했는데 초반에 치아 밖에 안 보인다고만 하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출연료 받으면 미백을 하라는 글도 많았죠. 그래서 드라마 찍으면서 미백을 3번이나 했어요.”

Q. 표정이 어색하다는 말도 있었어요.

“추태수는 표정을 많이 써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저는 진심을 담아서 연기 한다고 했는데, 캐릭터가 극단적인 표정을 쓰다 보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어색하게 느껴졌나 봐요. 아무래도 처음 나오는 모습이고 표정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모니터를 많이 해주었는데, ‘표정이 과하다’고 말하기도 하시더라고요. 여기서도 치아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치아가 먼저 눈에 들어오다 보니, 연기가 안 보인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참고할 부분이 생겼어요.”

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배우 박광현/ 사진=조은정기자


Q. 변신도 좋지만 망가지다 보니 비주얼 적인 부분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포기 해야죠. 역할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저는 이제 얼굴로 승부 볼 시기는 지났어요. 얼굴보다는 저 라는 배우가 극중 캐릭터에 잘 녹아드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걸 로도 좋아요.”

Q. 아무리 얼굴로 승부 볼 시기는 지났다고 하지만, 망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이죠. 촬영을 하러 갈 때마다 저를 보면서 ‘까까 사오라’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힘을 낼 수밖에 없더라고요. 현실의 벽이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웃음) 한 신 한 신 열심히 하게 만들더라고요. 땅에 들어가라면 들어가고.(웃음) 항상 그런 걸 할 때마다 아기사진을 보면서 ‘아빠가 열심히 할 게’라고 마음을 다잡게 되죠.

Q.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추태수는 나쁜 가장이었지만, ‘인간 박광현’은 다정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라는 소문이 자자해요.

저도 다른 아빠들과 똑같아요. 남자가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이라든지, 이러한 부분이 비슷할 것 같아요.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일에 욕심을 내면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가정에 충실하면 일에 소홀해지고…지금은 집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아이와 놀아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Q.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편인가 봐요.

제가 요즘 바빠지면서 육아에 참여를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기가 조금 커서,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와서 잘 놀아주기만 하면 돼요. 그럼 아이도 알아요. ‘아빠가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와 재미있게 놀아주는구나’라는 것을요. 그래서 웬만하면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요즘 아이가 슬슬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시기가 돼서,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에 재미가 들렸어요. 활동량도 많아져서 슬슬 힘들어지고 있어요. 육아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Q.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원하는 것은 메인 스토리를 잡아가는 주인공의 느낌도 좋지만, 튀면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뭐든 좋을 것 같아요.(웃음) 다만 베드신, 사람 죽이는 것, 사이코 패스, 이런 역할은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역할을 연기하게 되면 제 인생이 망가질 것 같거든요.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잖아요. 밝고 장난도 많이 치고…제가 잘 할 수 있고 잘 맞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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