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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나라타주’ 아리무라 카스미X마츠모토 준은 왜 사랑 앞에 질척였나

‘애매하니까 사랑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나라타주’(감독 유키사다 이사오)가 최근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기자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사진=‘나라타주’ 스틸/사진=‘나라타주’ 스틸




‘나라타주’는 고등학교 교사인 하야마(마츠모토 준)와 학생 이즈미(아리무라 카스미)의 알 수 없는 이끌림과 재회, 무거운 현실을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리며 사랑의 애틋함과 질투, 좌절을 함께 담은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2005년부터 기획, 12년 후인 지금에야 탄생시킨 작품이라 완성도 면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유키사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에서 조감독을 지낸 후 2000년 ‘해바라기’로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1년 카네시로 카즈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고’로 호평 받았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일본 박스오피스를 사로잡았다.

이번 ‘나라타주’ 역시 일본 현지에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 로맨스 장르는 자칫 정형화되기 쉽다. ‘나라타주’도 초반에는 통속 연애물의 틀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이즈미가 하야마와 재회하면서 과거 첫사랑의 감성이 되살아나고, 지금에 와서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뒤엉키게 된다.


현재의 하야마는 과거 이즈미가 학창시절에 바라봤던 그 모습 그대로 멈춰있다. 여전히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보살피는 모습, 이즈미가 사랑한 그 때 그대로다. 학교 축제의 연극을 함께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만남의 횟수가 늘고, 하야마에게 다시금 애틋한 감정이 살아남과 동시에 이즈미는 과거 자신과 하야마가 쌓았던 추억을 역순으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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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라타주’ 스틸/사진=‘나라타주’ 스틸


영화는 제목 그대로의 기법을 고스란히 적용시킨다. ‘나라타주’(Narratage)는 내레이션(narration)과 몽타주(montage)의 합성어로, 주인공이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과거와 미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장면을 구성해 간다. 인물의 정보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과거에 이들이 얽힌 사연에 미스터리함을 준다.

재회 후 하야마와의 감정선만 보여주는가 싶지만, 하야마는 현실의 무게 탓에 이즈미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고, 이즈미는 동창 오노(사카구치 켄타로)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즈미는 여전히 하야마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오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하야마 역시 맺음이 명확하지 못하고 이즈미에게 미련을 준다. 아마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번갈아 찾는 이즈미의 애매한 태도, 하야마의 여지에 욕을 할 수도 있다.

영화는 그렇게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을 찾아가면서 그 과정을 지극히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라타주’의 사랑은 이상적이지 않다. 매우 질척거린다. 주인공은 반감마저 든다. 하지만 후반에 다다라 밝혀지는 사연으로 어느 샌가 인물 하나하나에 동정하게 된다. 이 전복이 ‘나라타주’의 묘미다. 초중반까지 의문과 답답함으로 묶였던 인물들은 후반에 각자의 상처가 드러나고, 쉬이 사랑을 할 수 없던 입장을 한 순간에 이해하게 된다.

일상의 연애는 드라마, 영화처럼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100% 아름다울 수도 없다. 오로지 ‘감정’ 하나에 좌지우지돼 1분 1초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게 사랑이다. ‘나라타주’는 누구든 사랑에 지질해지고 나쁜X도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유키사다 감독의 화법이 다음은 어떤 촌철살인을 날릴지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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