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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믿고 보는 배우’ 김주혁 “연기는 평생의 고민”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배우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와 장악력, 그리고 대중을 설득시킬 줄 아는 연기력까지. MBC 사극 ‘구암 허준’ 이후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을 통해 4년 만에 브라운관의 복귀한 김주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믿고 보는 배우’였다.

김주혁은 ‘아르곤’에서 탐사보도 ‘아르곤’의 팀장 김백진을 연기하면서 ‘팩트 제일주의’ 앵커 김백진으로 분했다.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극중 자신이 다니고 있는 방송사의 치부까지 보도할 정도로 정직을 추구하는 김백진은 시청자들에겐 수트 입은 지적인 젠틀맨으로, 방송사 사람들에겐 사이코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김주혁은 이러한 김백진을 마치 자신의 옷을 입은 것 마냥 ‘아르곤’에 녹아들었고, 약간의 과장을 첨부해 김주혁이 연기하는 ‘아르곤’을 보는 건지, 김백진의 보도하는 ‘아르곤’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 정도로 김백진과 김주혁이 닮아 보인다고 말을 했더니 김주혁은 실제로도 그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제 성향이 굳이 분류를 하자면 김백진과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김백진과 같은 ‘완전한 FM’은 아니에요. 김백진처럼은 갑갑해서 못 살죠. 제가 김백진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부분은, 간단한 예를 들자면 약속시간에 늦는다든지, 혹은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사회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을 어기는 것도 싫어하죠. 아예 융통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흐트러지는 것이 싫어요.”

각자의 영역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 싫다고 말한 김주혁은 “그러다보니 남의 눈치를 신경 안 쓸 수가 없더라. 때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성격상 그게 잘 되지 않는다”고 웃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는 김주혁을 보고 “혹시 A형이시냐”고 물어보았더니, 밝게 웃으며 “정답”이라고 외쳤다.

“혈액형이라는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는 흔히 말하는 A형의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남들과 피해를 주고받는 것이 싫어 항상 조심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관계라는 것이 서로 교류를 하다보면 피해를 주기도 하고 받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게 심해지면 개인주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정나미가 없어 보일수도 있고…”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김주혁은 ‘아르곤’이 끝난 소감에 대해 ‘시원 섭섭’이라고 말했다. 맛만 보여준 느낌도 있었고, 인물소개만 했나 싶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김주혁은 ‘아쉽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도리어 기자에게 ‘아르곤’의 회차가 더 많아진다고 한들 다른 이야기가 더 나왔을까요 되묻기도 했다. ‘로맨스’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오히려 로맨스가 없었기에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좋아했다.

“사실 ‘아르곤’에서 로맨스가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김백진이 총각이면 또 모르겠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딸까지 있는데 뭐 하려고 러브라인을 집어넣나요? 이연화(천우희 분)와도 동료에 대한 애정이었지, 김백진으로서 이성적인 여지를 준 적이 없어요.”

김주혁은 김백진이 이연화를 바라보는 감정은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안방극장에 김백진과 이연화 사이 러브라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을 연기한 김주혁과 천우희가 보여준 케미에 있었다. 실제로도 같은 소속사 선후배인 김주혁과 천우희는 탁월한 연기호흡을 자랑했던 것이었다.

“우희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요. 내가 뭐라고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 좋았죠. 사실 연기는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면’ 돼요. 이게 기본인데, 생각보다 기본을 모르는 배우가 많아요. 셋 중에 하나만 해도 반은 성공하는데, 신인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보면 자기가 준비하는 것을 보여주느라 바쁜 이들이 꽤 있거든요. 우희는 일단 들을 줄 아는 배우에요. 잘 듣고 본능적인으로 움직일 줄 아는 친구이다 보니 연기 호흡이 나쁠 수가 없었죠.(웃음)”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김주혁은 천우희 뿐 아니라 ‘아르곤’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의 성품이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들 뿐 아니라 스텝들까지 모난 이들이 없었으며, 덕분에 ‘아르곤’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몸이 힘들면 예민해지고, 그러다보면 ‘싸움 아닌 싸움’이 일어날 수 도 있는데,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고, 그 흔한 ‘불평불만’도 없었어요.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죠. 사실 제가 현장에서 선배 급에 속하잖아요. 저는 꼰대가 되기 싫어요. 그래서 절대 현장에서 무게를 잡지 않죠. 그냥 열심히 할 뿐이에요. 지각도 안 하고, 농땡이 안 부리고…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위에서 바른 자세를 보여주면 밑에 있는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거든요.”

‘아르곤’을 촬영하면서 김주혁은 기자로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됐다. 기자로서 살게 된 느낌은 어떠했을까.

“잠깐이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적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자 분들의 고충을 더 알았다면, 연기하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아르곤’ 촬영이 끝나고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 왔는데, ‘왜 이제야 봤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공범자들’을 먼저 보고 ‘아르곤’에 임했다면 김백진의 모습이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진=‘아르곤’ 스틸사진=‘아르곤’ 스틸


‘아르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김백진의 앵커브리핑이었다. 실제 앵커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로서 잘 소화해 낸 김주혁에게 혹시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김주혁에게 돌아온 답변은 “없다”였다.


“사실 촬영에 앞서 뉴스에서 앵커가 한 것처럼 따라도 해보고, 말투도 어미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다 해봤는데,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웃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난 앵커나 아나운서들도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그냥 이 스튜디오는 내 거다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만 말하더라고요. 톤만 내리지 않으면 된다기에, 그냥 ‘내 멋대로’ 했어요. 누군가를 흉내 내고자 했다면,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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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부작이었던 ‘아르곤’은 문자 그대로 짧고 강했다. 매 회가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등장한 가운데, 김주혁의 마음을 흔든 장면은 어디였을까. 이에 대해 김주혁은 자신의 오보를 세상에 알린 ‘김백진의 양심고백’을 꼽았다.

“김백진이 양심고백을 하기 전 고민하는 순간과, 끝에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양심고백 전 김백진이 일선에서 물러난 선배 최근화(이경연 분)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기자 선후배로 만난 기분이더라고요. 이경연 선배와 편안한 케미가 이뤄져서 좋았어요. 기자로서 상을 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뭉클했어요. 자신의 오보를 정정하고 김백진으로서 동료들에게 고맙다면서 한 명 한 명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때 감정이 확 올라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김백진이 돼 치열한 전투를 마친 느낌이었죠.”

만약 김주혁이 김백진이었다면 극중 김백진처럼 자신의 치부를 알릴 수 있었을까. 이 같은 질문에 “저도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마 못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아르곤’이 끝난 이후 안방극장에서는 ‘시즌2’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시즌2가 만들어 진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주혁은 “확답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글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다, 만다’를 말하는 것은 섣부른 선택인 것 같아요. 어찌됐든 제일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기에, 진짜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때 글을 보고 판단을 내리고 싶어요.”

작품이 끝난 만큼 다시 예능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김주혁은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에 고정멤버로 출연해 활약한 바 있다. 김주혁은 “예능을 통해 얻게 된 ‘구탱이형’이라는 별명을 사랑한다. 그런 구수한 별명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면서도 다시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멤버로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1박2일’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함께 했던 애들의 성향이 많이 비슷했어요. 욕심도 없고, 누가 더 하려고 그러는 것도 없고…그래서 더 좋았죠. 함께해서 좋았기에 나중에 초대를 한다면 출연을 생각해 볼 수는 있어도 고정멤버는 힘들 것 같아요. 촬영을 하면서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계속 해봤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다 싶었고 그러다보니 뭘 해도 자신감이 없었죠. 민폐라는 생각을 했었고, 계속 나오는 것이 미안했어요.”

‘1박2일’로 잠시 예능인으로서 일탈을 했던 김주혁은 다시 자신의 본업인 배우로 돌아와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 혹시 평소 관심분야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김주혁은 ‘연기’를 꼽았다.

사진=나무엑터스사진=나무엑터스


“매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연기에요. 연기를 고민하지 않은 순간, 배우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잖아요, 내가 있는 장소가 ‘최고’라면 이제 앞으로 남아있는 것은 내리막길뿐이잖아요.”

“연기는 끝이 없다”는 것이 김주혁의 소신이었다. 자신은 배우로 불리는 동안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기하고 싶은 김주혁이기에 건강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젊은 애들이나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애들을 보면 충격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들은 정말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에요.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보면서 배울 때도 많죠. 체력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기에 열심히 운동도 하고 체력을 쌓아나가고 있어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김주혁은 “작품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쉬면서 지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고, 최대한 무엇인가를 놓고 움직이고 싶어요.(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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