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근태 관리, 업종별 접근법 달라야

KAIST 경영대학 교수

<51>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고객 직접 상대 서비스 업종, 정시 출근 엄수

콘텐츠 개발 등은 자율출퇴근제 고려해볼만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지각.

조직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단어다. 어느 회사나 지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위서를 받기도 하고, 지각비를 걷기도 하고, 출근 시간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어김없이 지각하는 직원이 생긴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을 엄격하게 하면 할수록 구성원들의 불만은 높아진다. ‘퇴근 시간 지키라는 말은 안 하면서 왜 맨날 지각만 갖고 뭐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도 할 말이 많다. 시간 약속은 모든 일의 기본인데 출근 시간을 못 지킨다는 것은 다른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버릇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지각할까 봐 열심히 뛰어온 사람도 아직 출근하지 않은 동료의 빈자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힘들게 괜히 뛰었다는 생각이 들고, 다음부터는 그냥 걸어올 것이다. 오전9시1분에 거래처의 긴급 전화가 왔는데 출근한 사람이 없어 받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늘 지각 이슈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실제 스타트업은 이 부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A사는 정시 출근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시간 약속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단 1분이라도 지각을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입사 면접에서부터 이를 주지시키고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입사를 받지 않겠다는 주의까지 줬다. 실제 출근을 늦게 하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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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는 아예 출퇴근 시간이 없다. 스타트업 구성원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교통 체증을 뚫고 피곤한 몸으로 오전9시부터 일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출퇴근 시간을 없앴다.

A사와 B사는 아주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러분 회사는 A사와 B사 중간 어디쯤에 있을까?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기 위해 A사나 B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까?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 지각은 일부 구성원의 문제이고 지각을 없애려고 자율출퇴근제를 실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A사·B사는 창업 당시부터 이런 제도를 가졌을까? 나타난 현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A사는 고객들과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고객과의 시간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반영하기 위해 정시 출근을 강조한 것이고 이러한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추가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다. B사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스마트 기기에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따라서 창의성이 중요하다.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품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대신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제공한 만큼 성과에 따른 책임이 어느 곳보다 크다.

‘지각’이라는 작은(?) 이슈로 시작했지만 결국 기업 의사결정의 기준은 회사가 가진 사업 모델에 최적인지 여부가 될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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