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항용칼럼] 노벨상과 교육

한양대 금융공학부 교수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시스템

창조보다 모방하는 인재 배출

신기술·미래 먹거리 개발 위해

문제 발굴·해결력 키울 교육 절실

이항용 한양대 교수




지난 월요일 노벨경제학상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모두 끝났다. 올해도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 이름은 없었다. 사실 노벨상이 제정된 지난 1901년 이후 과학 분야인 노벨화학상에 178명, 노벨물리학상에 207명, 노벨생리의학상에 214명의 수상자가 결정됐지만 이 가운데 한국인의 이름은 없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때가 되면 항상 왜 우리는 수상자가 없을까에 대한 자책과 반성이 뒤따르고는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하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인재가 양성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영어에 음악·미술·체육까지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마치 아이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모든 분야에 능통한 르네상스형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교과내용을 암기하고 주어진 문제를 반복 학습을 통해 익히면서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다 보니 우리 학생들은 못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된다. 한정된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는 잘 풀지만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능력은 부족한 사람이 된다. 어릴 적에는 수학과 과학에 세계 최고의 재능을 보이던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는 평범해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이 반드시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창의성은 부족하지만 암기와 반복 학습에 특화된 학생들은 어쩌면 초기 경제성장 단계에 잘 부합하는 인력이었을지 모른다. 과거 우리는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면서 성장해왔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보다는 해외의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생산에 적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창조보다는 모방에 더 적합한 인재를 배출해왔고 여기에 우리 특유의 근면성이 더해지면서 선진국 따라잡기에 매우 효율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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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방에만 의존한 선진국 따라잡기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다. 오히려 후발 주자들이 우리를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의 개선이 절실하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능력뿐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최첨단의 과학과 기술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러 명의 수재보다는 한 명의 천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과학발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대학의 사정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우수한 과학자라고 하더라도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선진국 대학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아직 연구중심대학이라기보다는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대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연구보다는 교육에 더 집중되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지 못하다. 연구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연구 성과의 질보다는 양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장기연구과제보다는 당장 눈앞의 단기과제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노벨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노벨상은 국가를 대표해서 받는 것도 아니며 노벨상 수상을 국가대표 축구경기처럼 바라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과학과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때 답답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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