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창립 이후 그룹의 성장사를 정리한 ‘롯데50년사’를 발간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시대를 조명하는 한편 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는 ‘뉴 롯데’의 새로운 50년을 맞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0일 롯데그룹이 발간한 ‘롯데50년사’는 ‘역사집(History)’과 ‘화보집(Pictures)’ 총 2권으로 구성돼 있다. 550쪽 분량의 역사집에는 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과 신동빈 회장의 경영철학, 그룹의 역사 등이 담겨 있다. 150쪽 분량의 화보집은 다양한 사진 및 그래픽 자료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1965년 신 총괄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처음 국내로 입국할 때의 사진을 비롯해 롯데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개되지 않은 사진 자료가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
역사집은 50년 롯데그룹의 역사를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했다. 신 총괄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를 세운 후 식품은 물론 호텔과 쇼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창업과 개척’ 시기(1967~1980), 관광·레저사업의 성장과 유통사업의 해외 진출을 통해 그룹 경영 체제를 강화한 △성장기(1981~1996), 유통 및 관광,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패러다임 전환시기(1997~2008), 그리고 신 회장 체제가 출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인 △지속가능기업을 향한 도전의 시기(2009~2017)로 나눴다.
특히 롯데그룹은 역사집의 상당 부분을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경영관과 기업가 정신 등을 알리는데 할애했다. 일례로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건너와 제과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신 총괄회장의 기업가 정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의 기간산업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철이나 석유화학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제철산업이 정부주도로 추진되자 롯데제과를 가장 먼저 설립했다. 여전히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국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식품사업을 통해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를 설립한 직후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품질본위, 박리다매, 노사협조를 바탕으로 기업을 통해 사회 및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이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신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은 롯데그룹이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일관되게 작용했다. 1979년 완공한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는 처음에는 우리 경제 수준에 너무 고급스럽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신 총괄회장은 “비싸다고 다 비경제적인 것이 아니며 롯데백화점은 한국의 위상을 재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적극 추진했다. 결국 롯데백화점은 우리 국민의 쇼핑문화를 바꾸는 한편 외국인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잠실 롯데월드 사업도 신 회장이 주위의 우려에도 뚝심있게 밀어부친 결과다.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롯데를 더 발전시키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하며 국제 금융감각을 키워온 신 회장은 1990년 국내로 들어와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하면서 이를 세계적인 종합화학기업으로 키워나갔다. 호남석유화학의 성장 밑거름이 된 여수 제3공장은 신 회장이 자신의 첫 인감도장으로 구입한 부지다. 이후 2004년 롯데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신 회장은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 KT렌탈, 삼성정밀화학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신 회장은 이번 사사(社史)를 발간하면서 임직원에게 총괄회장 시기부터 이어온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을 잊지 말기를 여러차례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이 그룹의 역사에 담겨있다는 의미에서다. 신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역사를 보면 미래를 읽을 수 있다”며 “롯데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기업정신과 성장과정, 미래가치를 담은 만큼 미래를 조망하고 개척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