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완용도 찬성"...국정화 여론조작의 민낯

교육부 진상조사위 확인

박근혜 정부, 국정원 등 총동원

'차떼기 의견서' 대량으로 접수

대한제국 조선총독부·청와대 등

상식 벗어난 개인정보도 수두룩

관련자 검찰에 수사의뢰 방침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찬성합니다.” 지난 2015년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의견수렴 과정에서 ‘찬성’ 의견을 낸 이완용씨. 주소는 ‘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전화번호는 경술국치일(1910년 8월29일)인 ‘010-1910-0829’라고 각각 적었다. 다른 의견서에는 주소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적은 박정희·박근혜씨가 등장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던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집단으로 의견서 조작에 나서면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유령 의견서’가 대량생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국가정보원·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여론조작에 집단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의혹 관련자들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2015년 11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의 의견수렴 과정은 조작 의혹으로 가득했다. 접수된 의견서는 찬성이 15만2,805명, 반대가 32만1,075명이었는데 찬성 의견서에 유독 동일한 양식의 서류가 많았다. 행정예고 의견서는 특별한 형식이 없어 같은 형식의 문서가 대량으로 접수되는 일은 흔치 않다.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정권 차원의 ‘여론조작 작전’이 시행된 것이다.


의견 접수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2일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김모(퇴직)씨는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테니 직원들을 야간대기시키라”며 교육부 직원 200여명을 대기시켰다. 교육부 직원들은 ‘차떼기’로 들어온 의견서를 세느라 자정까지 일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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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교육부에서 보관 중인 찬반 의견서 중 ‘차떼기’ 의혹을 받는 동일 양식의 의견서 53박스를 집중 조사했다. 우선 조사한 26박스에서 4종류의 동일한 의견서 형태가 반복됐다. 서울시 양천구 모처를 주소지로 기재한 양모씨의 이름으로 118장의 찬성 의견서가 제출되는 등 동일인이 수백장씩 의견서를 내는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또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 의견 제출자 4,374명 중 3분의1에 달하는 1,613명이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했다.

조선총독부와 청와대를 주소로 기재한 이완용, 박정희 등 상식을 벗어난 개인정보도 다수 발견됐다. 개인정보란에 ‘개XX’ ‘뻘X’ ‘지X’ 등 욕설을 적어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조사위는 조작 의혹이 있는 의견서를 제출한 이들 중 252명에게 유선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인 129명만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맞다”고 했다. 나머지는 ‘제출한 사실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인적사항이 맞지 않았다.

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등이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의 신분상 조치 등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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