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천으로 온 몸을 감싼 채 상자를 열고 있는 이 사람, 무엇을 보고 있나요? 푸른색 천이 연결된 상자 속에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지요? 벽면을 보세요. 같은 모양을 한 상자가 여러 개 놓여있는 게 보이시나요? 자신의 내면이 여러개의 모습이라고 암시하는 듯 하지 않나요?”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강남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에서 강의를 맡은 박홍순(사진) 인문학자는 그림을 보면서 수강생들에게 연신 질문을 던진다. 낯익은 그림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박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이번 강의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저녁 강의를 신청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심리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강의로 특히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박 작가는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의 ‘마주침(Encuentro 1959)’ 스위스 출신의 화가 헨리 퓌슬리(Johann Heinrich Fussli, 1741~1825)의 ‘악몽(The nightmare, 1781)’ 등 그림 속에 숨겨진 상징을 설명하면서 의식과 무의식 등 심리학의 기본 이론을 설명했다. 작품 감상을 곁들인 이번 강좌는 현대인의 불안, 걱정 등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어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마음의 주인은 누구인가?, 2강. 왜 불안하고 우울한가?, 3강.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른가?, 4강. 우리는 왜 지배하고 복종하는가?, 5강. 우월감과 열등감은 왜 생기는가 등의 주제로 5주간 이어진다. 강의를 운영하는 조주희 강남도서관 사서는 “요즈음 인문학 강의에 참가하는 계층은 중장년층이 많은데 이번에는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면서 “그림 감상과 심리학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