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북한의 고도화된 핵무기 위협보다 원전의 안전성을 더 걱정하는가.”
미국의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렌버거는 11일 대전 KAIST를 찾아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이같이 물었다.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에 수백만 관객이 몰려 탈원전운동이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과연 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북한 핵무기에 비교해 실재하는 위협이냐는 것이다. 셸렌버거는 “신고리 5·6호기 재가동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원전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다”며 “정확한 수치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우려 등도 과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셸렌버거는 한국의 탈원전정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탄소배출 등 환경적 요인을 꼽았다. 환경운동가인 그가 원전반대운동을 하다 전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셸렌버거는 “원자력과 태양력을 풍력으로 대체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많은 양의 토지와 투자를 요구한다”며 “한국의 원자력을 태양력으로 대체하려면 서울의 7배 면적이 태양광발전소로 뒤덮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한국 전원에서 원자력이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탈원전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신재생에너지의 원전 대체는 실현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석탄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셸렌버거는 LNG 수입을 늘리려는 한국에 “결국 한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매년 LNG 수입에 1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셸렌버거는 한국의 탈원전정책이 한국의 원전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 화면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를 수출한 사진을 띄운 뒤 “오늘날 한국은 원자로 수출산업의 선두주자”라며 “국내의 탈원전 논란 속에서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셸렌버거는 경주 지진을 예로 들며 원전의 위협을 강조하는 환경단체를 꼬집었다. 그는 “경주 지진이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며 “하지만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보다 35만배 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 원전은 경주 지진 규모의 지진에 대한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대 국회 연설을 소개했다. “전력을 풍족하게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며 평화를 지키고 기아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셸렌버거는 “한국이 북한과 다르게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안정적 전력 공급 덕분”이라며 “신재생에너지로만 전환한다면 안정적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셸렌버거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환경진보’ 홈페이지에서 “원자력의 르네상스를 위한 우리 희망 중 하나인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닫겠다고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처지”라고 꼬집었다. 이날 셸렌버거의 방한은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두 번째다. 그는 8월 신고리 5·6호기 재가동에 찬성하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함께 국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신고리 5·6호기 재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대전=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