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일감 절벽 시달리는 삼성중공업, 통상임금 일부 지급했다는데...

가족수당·자기계발비 등 400억

분기 영업익 웃도는 금액 지급

기아차 패소 영향 항소 포기한듯

"충당금 미리 잡아놔 충격 최소화

정기상여금은 법리 다툼 이어갈것"

1215A12 삼성중공업실적


통상임금 재산정 문제를 놓고 노동자측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던 삼성중공업이 2심 판결을 앞두고 노동자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감절벽에 직면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분기 영업이익을 웃도는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규모를 줄이기 위해 2년 가까이 법정에서 다퉈왔던 삼성중공업이 태도를 바꾼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통상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근로자 요구 중 상당 부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번 추석 명절께 관련 금액을 지급했다. 지급금은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노동자측이 요구한 항목 중 정기상여금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해 그에 따른 미지급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결정은 관련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지난 2012년 삼성중공업 노동자 4,000여명은 정기상여금, 가족수당 중 2만원, 자기계발비, 자율관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은 노동자측의 승리. 1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등 4개 항목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는 만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항소 절차를 밟아왔고 2심 판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사측이 이처럼 쟁점이었던 네 가지 항목 중 세 가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2심부터는 정기상여금을 둘러싼 소송만 진행되게 된다.

사측은 정기상여금 외 다른 항목의 경우 통상임금 요건을 비교적 명확히 충족한 만큼 법적 공방을 벌여봐야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기상여금의 경우 이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측이 지급해야 할 비용이 500억원을 웃도는 만큼 신의칙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법리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심 판결이 끝난 뒤 1년 8개월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삼성중공업이 갑작스레 항소 절차를 중단한 데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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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최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 등에서 보듯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법부 성향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소송에서 패소한다더라도 업황이 개선된 뒤에 돈을 지급하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며 “업황이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항소를 포기한 건 최근 들어 승소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일감절벽을 버티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이번 통상임금 지급으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5~2016년 최악의 수주 난을 겪은 탓에 최근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의 일감은 급감하고 있다. 올 들어 발주 상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인도된 선박이 더 많아 수주 잔량은 더 쪼그라들었다. 9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05억달러(72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2억달러(94척)보다 약 77억달러가 줄어든 상태다.

수주량이 줄면서 매출과 순이익도 함께 줄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3·4분기 매출액은 1조8,139억원, 영업이익 3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34.7%, 영업이익은 62.2%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며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 약 2,000명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내년까지 모두 5,000명의 인원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급여 반납도 계속된다. 올해도 대표이사는 전액, 임원은 30%, 과장에서 부장까지는 15~20%의 임금을 반납한다.

이처럼 ‘고난의 행군’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웃도는 추가 임금 부담이 겹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그러나 “통상임금 소송이 처음 진행될 당시 관련 금액을 충당금으로 잡아뒀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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