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키신저 만난 트럼프 '美·中 빅딜론' 힘실리나

키신저 "세계평화 구축할 시기"

트럼프 '亞순방'이 분수령될수도

매티스 국방은 대북 군사옵션 공식 보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을 찾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다음달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의 ‘외교 대부’인 키신저 전 장관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을 찾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다음달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의 ‘외교 대부’인 키신저 전 장관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다음달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국제외교계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만나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무력조치를 포함한 대북 옵션들에 대한 공식 보고도 받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에 전방위로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조언을 받은 키신저 전 장관과 이날 백악관에서 회동하면서 북한 문제를 겨냥해 “내가 고치고 있지만 나는 엉망진창인 상태를 물려받았다”며 “키신저는 해줄 말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7월부터 미중 간 합의로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끌어낸다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미중 빅딜론’을 주장해온 인물로 다음달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간 빅딜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미 언론들은 이번 회동이 다음달 3일부터 한중일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 현안들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초반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후 40여년간 막전막후에서 국제외교가에 영향력을 미쳐온 키신저 전 장관은 “지금은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아주 큰 시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평화와 번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 간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대표적 중국통으로 꼽히는 그는 북핵 해결에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와 이미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제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회동이 북핵 해법의 주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 일정을 앞두고 미국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과의 ‘빅딜’까지 염두에 둔 외교해법을 전방위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신저의 자문을 앞세운 외교적 대응과 함께 북핵 위협에 관한 다양한 옵션도 보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라인으로부터 대북옵션을 보고받은 사실을 백악관이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어떤 형태의 북한 공격에도 대응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옵션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다양한 옵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미군 최고지휘관 회의에서 이른 시일 내 대북 군사옵션을 준비하도록 주문해 무력조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군 지휘부 회의 후 “(지금은) 폭풍 전 고요”라며 북핵 대응에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날리며 대북 군사행동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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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지스구축함 남중국해 파견

“中 대북 영향력 행사 유도” 분석도



실제 미군은 10일 저녁 한반도 상공에 전략무기인 B-1B ‘랜서’ 전략폭격기 편대를 또 전개했으며 앞서 핵추진잠수함인 ‘투싼(SSN 770)’을 국내에 투입했다. 이와 함께 미 측은 이지스구축함을 중국과 베트남 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파라셀제도 인근에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며 중국을 견제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이 군사기지로 관심을 쏟는 파라셀제도에서 미 구축함이 작전을 전개한 데 대해 NHK 등 외신은 트럼프 정부가 북핵 대응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재차 요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가 첫 번째 접근”이라면서도 “우리 자신과 동맹이 그것(군사옵션)을 필요로 하면 그것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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