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56·사진) KB국민은행 부행장(영업그룹대표)이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됐다. 이로써 KB금융은 3년 만에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 윤종규 2기 체제를 시작하게 됐다. 허 후보자는 1960년대생 은행장, 장기신용은행 출신 최초의 은행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영남 출신이어서 호남 출신인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는 11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허 부행장을 KB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당초 우려됐던 낙하산 인사 없이 내부 승진이 이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연임하면서 은행장은 외부에서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회장과 은행장에 모두 내부 출신이 앉으면서 ‘외풍에 취약한 KB’라는 오명도 완전히 씻어내게 됐다.
특히 국민은행에서 3채널로 분류됐던 장기신용은행 출신이 처음으로 KB국민은행장 자리를 꿰찼다는 점이 주목된다. 엘리트 금융의 상징인 장기신용은행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국민은행으로 흡수 합병됐다. 이후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 통합하면서 국민은행장은 주택은행 출신(김정태 행장)과 국민은행(민병덕 행장), 그리고 외부 출신(강정원·이건호)이 번갈아 맡았다. 허 내정자는 과거 장기신용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최근 KB가 겪어온 노사 갈등이 해소될지 기대된다.
아울러 전남 나주 출신인 윤종규 회장과 지역 균형을 이뤘다는 평도 나온다. 허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구고를 졸업했다. 최근 리딩뱅크로 치고 나온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1960년대 이후 출생자를 행장으로 맞이한 것도 상징적이다. 현재 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장은 모두 1950년대생이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도 마찬가지다. 허인 내정자는 이들 중 가장 젊은 1959년생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보다도 두 살 아래다. 은행권에서 1960년생의 기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는 KB금융 계열사 경영진의 세대교체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등 계열사 아홉 곳의 대표 임기는 연말까지여서 국민은행 임원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의 지주 이동과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의 카드 이동설 등이 제기된다. 회장과 행장이 분리됨에 따라 지주와 은행 임원 겸직도 풀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허 내정자는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해 KB국민은행에서 영업그룹대표(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등을 맡아 주요 핵심 직무(전략·재무·여신심사·기업금융·영업·IT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윤 회장이 “지점장을 은행의 小 최고경영자(CEO)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지점 역할을 강화했던 업무도 주요 실적 중 하나다.
KB국민은행장은 12일과 16일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ㆍ추천을 거쳐 16일 은행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신임 은행장은 11월에 열릴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 비상임이사로 추천될 예정이다. 은행장 임기는 2년으로 책임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회장의 임기와 동일하게 오는 11월21일부터 시작된다. 허 내정자는 임기 개시일 전까지는 내정자 신분으로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의 조직 분리, 향후 경영전략 방향 설정 및 조직 체계 정비를 위한 구상 등을 준비하게 된다. 이에 앞서 KB는 지난달 윤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윤 회장은 그룹 전체를 관장하며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고 허 내정자는 은행 경영에 집중하며 호흡을 맞추는 게 과거 KB 사태를 떨쳐내는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원·조권형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