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달라”며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보수 야당이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등 국회 입법을 통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우회로인 행정해석 폐기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3면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1주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을 요구하고 있어 휴일근로(일당 8시간, 도합 16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장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현재 국회는 주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시행 유예기간과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 세부사항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시행 유예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기업 부담 가중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통상임금의 200%로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현행대로 할증 없이 150%에서 묶어야 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근로기준법 통과가 안 될 경우 행정해석을 폐기해서라도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며 강하게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양대 노동지침 폐기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어려운데 근로시간마저 단축될 경우 인건비 부담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포퓰리즘 노동정책을 양산하고 있어 기업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