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업체 브로커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구 전 청장을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2014년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인 IDS홀딩스의 유모 회장으로부터 특정 경찰관을 승진·전보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는다.
검찰은 유씨가 구 전 청장에게 IDS홀딩스 관련 사건을 맡는 부서로 특정 경찰관을 보내 달라는 인사청탁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충청권 출신으로 정·관계에 인맥이 넓은 브로커 유씨는 동향인 구 전 청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출석한 구 전 청장은 혐의를 인정 하느냐는 질문에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청사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이 사건은 1만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1조원 넘는 피해액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주 내용이다. 사기 규모가 커 일각에서는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앞서 이 회사 경영진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FX 마진거래에 투자하면 월 1∼10%의 배당금을 주고 1년 내 원금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 지난달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을 상대로 실제로 돈을 전달받고 민원 청탁을 들어줬는지, 청탁이 2014년 IDS캐피탈을 상대로 한 초기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구 전 청장에게 돈을 전한 유씨가 충청권 정치인들과도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구 전 청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구 전 청장의 검찰 소환 현장에는 IDS 홀딩스 피해자들도 자리해 “법조계·정관계 배후 세력을 전원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구 전 청장을 향해 “돈 내놔”라는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은 첫 기소 이후 1조원대 추가 사기가 벌어지는 동안 추가 수사나 기소를 하지 않았고, 연루된 정치인이나 비호 세력 등의 수사도 하지 않았다”며 “부실 수사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