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시대를 못 따라가는 낡은 고용 정책

이상훈 산업부 차장

이상훈 산업부 차장이상훈 산업부 차장




미국 시애틀에는 아마존 본사가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 첫 무인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Go)’가 있어서다. 여기에서는 상품을 카트에 싣고 줄을 선 고객을 찾을 수 없다. 쇼핑 상품은 카메라 센서 기술로 자동 체크 되고 결제도 고객이 매장을 나설 때 저절로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이 기업은 전 세계의 집들이 사업체다. 따로 근사한 호텔은 없다. 숙소 예약도 플랫폼을 통해 이뤄져 직원이 많지 않다. 아마존고·에어비앤비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혁신기업이다. 이들의 출현으로 다국적 백화점 시어스, 거대 호텔 체인인 힐튼이 흔들릴 지경이 됐다. 모든 기기가 무선으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이 무서운 이유는 100억짜리 기업이 100조짜리 기업을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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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보면 ‘뜬금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라인 세상’에 ‘오프라인 시대의 규제’를 적용한 느낌이랄까. 시대와의 부조화도 문제지만 세계를 관통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무슨 칼춤장이 선 듯하다. 민간기업에까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각종 정책을 전투처럼 밀어붙이는 모습에서는 기업을 ‘적폐’로 규정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삼성의 소프트웨어 시프트’에서 보듯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변신에 한창이다. 새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히는 탓이다. 그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 본격 적용되면 노동시장의 변화는 대형 쓰나미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 사라지는 일자리(500만개)가 새 일자리(200만개)를 압도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 정치권에서는 사람을 대체할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공상과학소설이 아닌 현실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지금 정부는 노사 관계를 여전히 낡은 노동 패러다임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고 노조는 개혁의 견인차’라는 구시대 인식에 머물러 있다. 친노조 정책이 난무하고 현실과 잘 맞지도 않는 이유다. 과연 지금 같은 환경에서 혁신기업이 태어날 수나 있을까.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을 실현하려면 이런 접근법부터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업이 춤추지 못하면 일자리도 미래도 없다.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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