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보편적 복지의 그늘

내년 복지예산 12% 늘지만 극빈층 지원은 1.7%만 증가

111




내년 복지 예산이 12.4% 늘어나지만 극빈층에 대한 지원은 1.7%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복지 지원을 확대하느라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은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 사업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내년 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올해 추경 예산 대비 1.7%(1,707억원) 늘어난 9조9,894억원이었다. 복지 전체 일반회계(재정) 예산이 12.4%(4조2,183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기초생활보장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계층에 생계급여·의료급여 등을 지급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다.

1111



구체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인 생계급여 예산이 1.0%(378억원) 느는 데 그쳤다. 올해 증가율 (12.1%)보다 대폭 줄었고 2016년 21.2%, 2015년 7.0%와 비교해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복지부는 당초 8.2%(2,861억원) 늘리는 안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대폭 깎였다. 이런 탓에 1인당 생계급여는 1인 가구 기준 5,753원 증가에 머물렀다. 올해 증가분(2만4,678원)의 4분의1 수준이다. 지원 대상은 올해 127만명에서 내년 126만명으로 되레 줄어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15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로 개편한 후 올해까지 생계급여가 크게 늘어 내년 예산에서는 증가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노인 빈곤율이 47.7%로 전년보다도 2%포인트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빈곤 지원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관련기사



더욱이 소득하위 70%까지 보장해 보편적 복지로 분류되는 기초연금이 내년 4만4,000원 인상되면서 극빈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달에 100만원 버는 노인은 복지 혜택이 4만여원 증가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는 약 6,000원 증가에 그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의료급여 예산은 2.0% 증가하고 긴급복지는 -8.2%로 되레 줄었다. 긴급복지는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의 사망 등 위기에 빠진 저소득 가구를 돕는 제도다. 반면 보편적 복지 예산은 대폭 늘어난다. 기초연금은 올해보다 21.5% 늘어나고 소득에 관계없이내후지원하는 아동수당은 내년 1조1,000억원 규모로 신설됐다. 이 두 개 사업에만 2조8,358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는 전체 복지 예산 증가분의 67.2%를 차지한다.

극빈층 지원이 부족한 점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 소관인 주거급여와 교육급여 등까지 합치면 전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3.4%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정책은 급여 수준 인상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로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내후년부터는 관련 예산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4% 증가율도 복지 전체 예산 증가율 12.4%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고 부양의무자 폐지 정책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부양의무자 폐지 계획을 보면 2022년까지도 부분적 폐지 수준밖에 제시하지 못했으며 추진 속도도 느린 편이어서 미흡하다”며 “국가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