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서울경제TV 칼럼] 티눈과 부동산

새끼발가락 바깥쪽에 티눈이 젋었을 때부터 있어, 꽉 끼는 신발을 신지 못하고, 많이 아프면 조금씩 도려내기도 하고 하면서 쭉 지냈었다.

여름이 끝나가던 올 8월 정도였던 것 같다. 티눈 치료를 해보려고 티눈연고(액체로 된)를 바르기 시작했다. 상당히 여러 차례 바르며 도려내고 또 바르고 했었다. 또 아프면 아픈 데로 쩔뚝이며 늦게 시작한 골프 연습을 열심히 했었다. 간간히 라운딩도 나갔다. 정말 아파 걷지도 못할 정도가 돼서야 다시 약국에 갔다. 약사가 ‘한번 보자며’ 친절히 내 발가락 사이를 봐 주었다. 그러더니 내가 티눈 연고를 계속 발랐다는 말을 듣고 나서 내린 진단은 “발가락 사이가 너무 독한 티눈 연고를 오래 발라 찢어졌다”는게 진단이었다. 그때까지도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는 약사에게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할까요“했더니, 그 약사가 하는 말이 ’메디폼‘을 계속 붙여 살이 재생되게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메디폼을 손수 잘라 내 발가락 사이에 붙여주는 약사를 보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차례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한 일주일 메디폼을 교체하며 치료했다. 물론 아프지만 운동은 계속해가며 말이다. 메디폼 치료를 한 지 한 보름쯤 되어 갈 때였다. 도저히 아파서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왔다. 결국 사무실 인근 피부과에 가서 의사를 만나 그간의 경과를 얘기하고 진찰을 한 결과 군대있을 때 들어봤던 질환의 이름이 나왔다. 바로 ‘봉와직염’이란다. 봉와직염이란 피부에 세균이 침범하여 생기는 염증반응으로 진피와 피하조직을 침범하여,세균이 침범한 부위에 홍반, 열감, 부종, 압통이 있다는 지식까지 얻게 되었다. ‘왜 이렇게 늦게 병원에 왔냐’는 책망같은 말과 함께 ‘운동과 음주를 당분간 하지 말라는’는 경고까지 들으며, 속으로 나는 당연히 그 친절했던 약사를 혼자 욕하며 원망했다.


항생제 주사와 그 독하다는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 약과 바르는 연고까지 일주일 분이나 타 가지고 왔다. 꾸준히 약 먹고 바르고 하는 시간이 지났다. 발가락의 통증은 계속 되고 몇 차례 병원에 진료를 더 해봤다. 의사는 “‘참 이상하다. 왜 그렇게 아픈지 잘 모르겠다. 대학병원에 추천서를 써 줄테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또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바깥쪽 티눈과 발가락 사이에 또 티눈이 있는 것 같으니 제거를 하는 것이 좋겠다. 레이저 수술이나 급냉으로 얼려 조금씩 도려내는 수술 두 가지가 있으니 추석 연휴 전에 하는 게 어떻겠냐는”말도 들었다. 명절 끝난 후 스케줄을 잡기로 하고 긴 명절연휴를 맞게 되었다. 그러던 참에 너무 불편하다보니 한 가지 꾀가 생겼다. ‘걸을 때나 운동할 때 발가락이 서로 눌려 아프니 거즈나 이런 것들을 끼고 다니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화장 솜을 1000원에 다이소에서 사서 전에 있던 연고를 바르고 화장 솜을 끼고 신발을 신는 방법을 써 보았다.

조금씩 덜 아프기 시작해갔다. 그러다가 나도 아팠다는 사실을 잊어버려 약도 바르지 않고 화장 솜도 끼지 않고 지내게 되었다. 물론 술도 마시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며 바쁘게 살았다.

지금도 아무런 통증이 없다. 대학병원 진료도, 레이저 수술도, 급냉 후 조금씩 자르는 티눈 치료도 없이 말이다.


내 몸의 자정 능력이 작동하여 발가락이 나은 것이다. 면역력이 좋아져 세균을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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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의사의 처방과 치료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했던 사실은 내가 발가락이 아픈 현상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주사와 먹는 약, 바르는 약까지 치료에 이용하며 너무 많은 신경을 발가락에 집중했던 것이 오히려 병을 악화 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집중되었던 신경이 분산되고 더 이상 외부의 치료를 하지 않게 되자 내 몸의 신비로운 능력들이 살아나서 자연 치유되었던 것이다.

약사의 정확하지 않은 진단후의 처방, 또 다른 전문가인 의사의 진단 후 처방. 더 큰 내 발가락의 아픔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온 자연스런 자정 능력에 의한 치유..

지금 나오는 부동산 대책들을 보며 필자가 얼마 전 겪은 “발가락 사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정말 유사하지 않은가?

㈜오비스트, 부동산전문가사업단 대표 이진우

이진우 오비스트 대표. / 사진제공=(주)오비스트이진우 오비스트 대표. / 사진제공=(주)오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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