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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리정원’ 김태훈, “내 욕망이 상대를 짓밟는 일은 원하지 않아”

연극 무대에서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한 배우 김태훈이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ㆍ제작 준필름) 속 소설가 ‘지훈’ 으로 돌아왔다.

지훈은 첫 소설의 실패로 바닥까지 무너졌다가 재연(문근영)의 비밀스러운 삶을 훔쳐보며 쓴 소설 ‘유리정원’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소설가. 김태훈은 점점 재연에게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성공 앞에 흔들리는 소설가 지훈의 이중적인 면모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김태훈은 “지훈을 모든 게 무너진 남자이다”고 칭했다. 순조롭게 써지지 않는 글, 문인들의 멸시, 건강 이상 등 점점 더 피폐해져 가던 중, 우연히 재연의 존재를 알게 된 것.

/사진=리틀빅픽처스/사진=리틀빅픽처스


“모든 걸 내려놨다고 할까. 지훈은 몸이 아파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게 무너진 삶을 보내고 있기에 일반적인 작가들의 날카로운 모습이 아니라 살도 찌고 새치도 있는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자 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이가 재연이다. 처음엔 ‘어떤 사람일까?’란 호기심이 컸을 것 같다. 궁금하던 중 벽지에서 글귀를 발견하게 된다.”

지훈은 재연을 모델로 쓴 소설 ‘유리정원’을 온라인에 연재해 화제를 모으자 점점 재연의 일상까지도 세세히 캐내고 싶은 위험한 욕망에 빠진다. 김태훈은 이런 지훈의 행동을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론 남을 짓밟으면서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고 전했다.

“작가나 배우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할 순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배우 일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함께 하는 작업이다. 나도 빛나고 상대도 빛나야 한다. 혼자만 빛날 수 없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겠지만 제 욕망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 아직까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 같다.”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은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해하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세상의 모든 유혹 앞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김태훈은 ‘인정욕’이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저에겐 인정욕이랄까. 공감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한 고민은 연기를 시작 할 때부터 계속 됐던 것 같아요. 절대 채워지지 않는 끝도 없는 느낌 같기도 하다. 연기에 대한 욕구 혹은 욕망이 컨트롤이 안 되는 것 같다. 좋은 평을 받으면 ‘그래’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서도 안 좋은 평에 대해선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된다.”


연기를 하면 할 수록 깊어지는 고민들도 있지만 극복하면서 다시금 중심을 찾는 배우. 바로 그가 김태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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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욕구를 놔버리면 연기가 재미 없어질 수도 있겠다? 한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물론 다 놔버릴 순 없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캐릭터를 말내 것으로 또 내 말로 표현하는 거죠. 그게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그렇게 내 말로 소통을 하고 싶어요. 그 마음은 절대 내려 놓을 수 없죠.”

그리고는 신중히 “매력적인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뜻 매력적인 말이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연기를 잘해서 맡은 인물이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리틀빅픽처스/사진=리틀빅픽처스




조용 조용 말하면서 따뜻한 미소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순수한 얼굴의 소유자이자, 어느 순간에 비춰지는 고뇌하는 눈빛을 동시에 지닌 배우. 연기 인생 16년 차,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욱더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면모 모두를 갖고 있는 특별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마디로 ‘섹시한 배우’이다.

“김태훈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매력적인 배우’를 떠올리면 좋겠죠. 음 섹시한 배우라고 말 하면 웃으려나?(웃음) 배우 개인의 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안에서 인물이 매력적이었음 좋겠다. 사람으로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을 꼽으라고 한다면 ‘화양연화’ 같은 멜로를 해보고 싶다. 이게 뭐라고 (소속사 식구들이)다들 보고 있으니 말하기 부끄럽다.”

마지막 홍보를 부탁하자, 그는 “우리 영화 ‘유리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고 말했다.

“모든 관객들을 환영하니까 극장에서 우리 영화를 찾아주셨으면 해요.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될 수 있음 좋겠다. (문)근영이도 최선을 다했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 영화다.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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