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정부 전 수반, 벨기에로 도피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의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벨기에로 도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정부의 자치권 박탈로 해임된 푸지데몬 전 수반과 각료 5명이 벨기에로 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직접통치 첫날인 이날 스페인 검찰이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 지도부에 반역·반란선동·공금유용 등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기 몇 시간 전에 차를 타고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동한 뒤 벨기에 브뤼셀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반역죄는 최고 30년 징역형, 반란선동은 15년형, 공금유용은 6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브뤼셀로 도피한 이들이 망명정부를 수립하거나 망명을 요청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지데몬 전 수반의 변호사 파울 바카르트는 그의 벨기에 체류를 확인했으나 망명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바카르트 변호사는 “그는 특별히 정치적인 망명을 요청하기 위해 벨기에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의 소속 정당인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 대변인은 과거 프란시스코 프랑코 일당독재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프랑코 시절 여기에 있을 수 없었던 대통령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카탈루냐 자치정부 대통령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망명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푸지데몬을 벨기에로 초청한 적이 없다”며 그의 망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에서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다 박해의 위협이 있고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