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썸人] "강렬했던 수제맥주의 맛..맨땅에 헤딩하듯 양조 나섰죠"

■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 김정하 대표

아버지 권유로 처음 접하고 독학

남자도 힘든 브루펍 14년째 운영

'맥알못'서 세계적 인정 전문가로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로 불리는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이종호기자.‘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로 불리는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이종호기자.




항공기 조종사, 간호사, 초등학교 교사, 엔지니어.


위 직업들의 공통점은 뭘까. 성비 불균형이 큰 대표적인 직종이라는 점이다. ‘브루어(brewer·맥주 양조업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여성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당히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 제조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 전문가)’로 불리는 이가 있다.

3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브루펍(brewpub·맥주를 직접 제조해 파는 선술집)을 14년째 운영 중인 김정하(37)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브루펍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에서 만난 김 대표의 겉모습은 브루어하면 떠오르는 남성적인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맥주를 만든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요. 양조가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25㎏짜리 맥아 자루를 옮기고 맥주 통을 운반하려면 웬만한 체력으로는 어림없죠.”

힘든 길을 가게 된 데는 아버지 권유가 컸다. 수제 맥주를 처음 접한 것은 조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3년. 약주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설득 끝에 방문했던 경기도 평촌의 한 브루펍에서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맛없는 맥주였어요. 제조 과정은 엉망인 상태로 알코올 도수만 높였겠죠. 그런데 그때는 정말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매번 도수 낮고 가벼운 맥주만 먹어서 그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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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셔본 수제 맥주의 맛은 진로를 바꿔놓을 만큼 강렬했다. 다음 해 바로 브루펍의 문을 열었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양조법을 공부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관련 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탓에 외국 서적을 뒤지거나 국내 전문가를 쉼 없이 찾아가야 했다.

스스로 ‘맥알못(맥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부르던 김 대표는 이제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브루어가 됐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맥주대회(IBC)’에서 금메달을 받은 데 이어 올해 4월과 5월에 각각 ‘아시아맥주대회(ABC)’에서 은메달과 세계 3대 맥주대회 중 하나인 ‘호주국제맥주대회(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서 동메달을 연달아 받았을 정도다.

‘턱수염 있는 사람이 만든 맥주와 여성이 만든 맥주는 더 맛있다.’

널리 알려진 속설처럼 김 대표는 맥주 양조 과정에서 여성이라 유리한 측면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재료를 선별하는 감각이나 섬세한 미각 등에서는 앞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맥주 생산 창고를 확장하고 직영점을 추가로 열어서 더 많은 고객에게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순구·이종호기자 soon9@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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