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인터뷰] ‘내려놓음’을 배운 김아중, ‘울림’을 꿈꾸다

한동안 묵직한 장르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우 김아중이 오랜만에 가벼워졌다. tvN 드라마 ‘명불허전’을 통해 장르물의 옷을 벗고 ‘간만에’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 장르물을 소화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아중이 출연했던 ‘명불허전’은 침을 든 조선 최고의 한의사 허임(김남길 분)과 메스를 든 현대 의학 신봉자 외과의사 최연경(김아중 분)이 조선과 현대를 넘나들며 의술을 펼치는 가운데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이다. 로맨스와 코믹, 그리고 진지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안방극장에 유쾌함을 선사했던 ‘명불허전’은 최고시청률 6.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사진=킹엔터테인먼트


“‘명불허전’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에요. 일단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유쾌하고 코믹한 작품을 하게 돼서 즐거웠고,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 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도 있어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께서 생각보다도 더 큰 애정을 보내주셔서 고마웠고요, 아무 사건사고 없이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죠.”

김아중의 로맨틱코미디 출연은 상당히 의외성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명불허전’에 출연하기 전까지 김아중은 드라마 ‘싸인’ ‘펀치’ ‘원티드’ 영화 ‘더 킹’ 등 근 몇 년 간 묵직한 장르물에 주로 모습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로맨틱코미디를 멀리하고 장르물을 가까이 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아중은 “일부로 그런 쪽으로 포커싱을 맞춘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저는 단지 당시 제가 주어진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었어요. 그 당시 제게 있어서 제일 재미있었던 작품이 수사물이나 묵직한 메시지가 있었던 작품이었을 뿐이죠. 다만 계속 무게가 있는 작품을 연이어서 하다 보니, 사람들이 밝아진 제 모습을 반가워 해주실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죠. 걱정이 무색하게 ‘명불허전’ 촬영은 일단 연기하는 제가 즐거웠으며, 시청자들도 밝아진 제 모습에 대해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김아중이 보는 ‘재미있는 작품’의 선택 기준은 뭘까. 안방극장에서 유독 작품 복이 있었던 김아중은 작품 선택에 대한 남다른 기준을 밝혔다.

“제 작품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하고, 짜임새 있게 잘 그려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거예요. 그 다음에 함께 만들어 갈 사람이 누구인가를 봐요. 마지막으로 내가 주어진 캐릭터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풍성하게 그려내기 위해서는 연기적으로 스스로의 의욕이나 자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세 가지가 충족되면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동해요.”

‘명불허전’은 김아중이 세운 세 가지의 엄격한 기준에 적합한 작품이었다. 작품 적으로 배우의 흥미를 이끌어 냈으며, 함께 했던 배우와 제작진 모두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동료’였던 것이다. 캐릭터 역시 김아중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흥미와 의욕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한데 비해, 이러한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내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명불허전’을 하게 되면 분명 남는 것이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제가 ‘디어 마이 프레드’를 정말 좋아했거든요.(웃음) 정말 재미있게 보다보니 ‘명불허전’을 작업하기 전부터 홍종찬 PD님의 팬이 돼 있었어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이렇게 제안이 오니 하겠다고 했죠. 김남길 씨도 무척 매력적인 배우였고요. 그래서 함께 하는 것이 정말 기대가 됐어요. 최연경이라는 캐릭터를 제가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어요. 환자들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가지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최연경을 어떻게 잘 표현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하게 됐었죠.”

사진=킹엔터테인먼트사진=킹엔터테인먼트


김아중에게 있어 ‘명불허전’은 그야말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김아중은 ‘명불허전’ 흉부외과의 최연경 역을 맡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의사로서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인물이다. 최연경에 대해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 말한 김아중에게 혹시 연기를 하는데 있어 참고한 캐릭터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명불허전’의 이야기 자체가 ‘허임’에서 출발한 이야기에요. ‘조선시대 실존 명의였던 허임이 현대에 떨어진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드라마였기에, 최연경은 허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구체성은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시작했었어요. 최연경의 구체성은 연기자가 스스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병원이나 흉부외과나, 의사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의사라는 직업의 디테일에 공을 들이려고 노력을 했죠.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선보이는 허임에 따라서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어찌됐든 허임이 돋보여야 하는 인물인데, 너무 제 캐릭터나 감정에 갇히지 않고 여유를 가져야겠다 싶었죠.”

‘명불허전’은 조선과 현대를 넘나드는 드라마였다. 이는 사극과 현대극 촬영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물리적이나 시간적으로 촬영을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모든 스텝들이 산으로 가고, 지방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죠. 연기자들도 폭염 속에서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감독님이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감독님이 워낙 사전에 계획하시고 많이 준비를 하셔서 탈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관련기사



김아중은 ‘명불허전’을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자 김아중은 “조선시대 남자와 만나서 사랑에 빠지려면 저는 어떤 여자가 돼야 할까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사실 현대 여성이 조선시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과연 어떤 여자가 돼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해야겠다 싶었죠. 그걸 가장 신경 썼던 것 같아요. 다선시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잡힐 때 다행히 김남길 씨가 허임을 그럴 듯하게 그려줘서 잘 반응할 수 있었어요. 김남길 씨의 허임을 유심히 바라보고, 거기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으로도 케미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김남길씨에게 무척 감사해요.(웃음)”

‘명불허전’의 최대의 관전포인트는 김아중과 김남길의 커플 케미였다. 김아중과 김남길은 극중 조선과 현대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달달하고 때로는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진짜 허임과 최연경으로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은 것 같아요. ‘케미 비결’에 물어보신다면, 정말 그것 말고는 드릴 답변이 없어요.(웃음) 사실 김남길씨가 워낙 장난기 많고 유쾌해요. 스텝들과도 워낙 잘 지내고 성격이 밝다보니, 촬영을 하면서 정말 웃을 일이 많았어요.”

사진=킹엔터테인먼트사진=킹엔터테인먼트


김아중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데뷔 후 한번도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적 없었던 김아중은 ‘명불허전’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녀가 배우임을 증명했다. ‘명불허전’을 통해 배우로서 또 다른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아중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신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던 소녀 오하라(노정의 분)가 죽었던 장면을 꼽았다.

“10회에서 연경이가 하라를 살리지 못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 인물이 설명이 되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그 시퀀스를 가장 좋아해요. 연기하면서도 자괴감이나 자책감에 시달려서 힘들게 연기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라가 죽음으로서 연경이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면서, 의사의 자격을 돌아보는 장면이었는데, 저 개인적으로도 배우의 자격을 돌아보며 연기를 하는 순간이었죠.”

의사로서 고민하는 연경을 연기하는 동시에, 배우로서의 자격을 고민했다는 김아중은 이를 통해 자신의 연기인생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 잘 하고 있었나’ ‘나는 대중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배우일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일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를 돌아보다보니, 의사의 자격을 돌아보는 연경이의 마음도 헤아려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겁이 많았던 20대를 넘어선 김아중은 30대가 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20대 때 각종 스포트라이트와 분에 넘치는 관심, 그리고 사랑을 받았지만, 그 당시 저는 준비되지 않았었어요.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못됐던 거죠. 겁도 많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심감도 없었고요. 그 시기를 넘기니 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편안해지고, 인간 김아중으로서 생각이나 주관도 뚜렷해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기 보다는 내려놓음을 배운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일이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 진 거겠죠?(웃음)”

10년 전의 김아중이 겁이 많았다면, 현재의 김아중은 ‘내려놓음’을 배우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10년 뒤, 그녀가 바라는 ‘김아중의 모습’은 무엇일까.

“지금 보다도 더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연기를 더 즐길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울림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아중이 선택한 작품은 볼만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신뢰가 두터워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