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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시계는 잊어라. 톱니바퀴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이 기계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쫓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인간이 언어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방식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아프리카 스텔렌보슈 대학의 언어학자 에마누엘 바이룬드는 “시간은 추상적이라 기니 짧니 크니 작니 같은 표현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시간은 어디에나 있다. 또한 세계 각지에는 시간을 묘사하는 다양한 비유와 상투 어구가 있다. 그리고 모두가 시간에 동일한 공간적 제약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 시간의 흐름은 펜을 타고


이 페이지를 읽는 독자들은 좌에서 우로 글자를 읽을 것이다. 영어 알파벳의 선조 중 하나인 그리스 알파벳의 쓰는 방향도 그렇다. 그러나 아랍어는 우에서 좌로 쓴다. 중국어는 위에서 아래로 쓴다. 연구자들은 글자를 쓰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 생각하는 시간의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건을 먼저 일어난 것부터 나중에 일어난 것 순으로 늘어놓으라고 하면, 영어권 사람들은 좌에서 우로, 아랍어권 사람들은 우에서 좌로, 중국어권 사람들은 위에서 아래로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파푸아 뉴기니의 <유프노> 인들처럼 문자가 없는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늘어놓는다.


▶ 착각을 일으키는 비유


스웨덴어에서는 하루가 ‘길다’는 표현이 있다. 스페인어에는 하루가 ‘꽉 차 있다’는 표현도 있다. 인간은 이를 통해 시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는 또한 인간을 어느 정도 혼란시킨다.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점점 길어지는 짧은 선을 3초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더 긴 선을 또 3초간 보여주었다. 스웨덴 피험자들은 더 긴 선이 더 오래 나온 걸로 착각했다. 스페인어 사용권 피험자들에게 채워진 원통을 보여줬을 때도 비슷한 착각을 저질렀다. 그들은 내용물이 더 많이 들어찬 원통을 보았을 때 더 긴 시간이 흐른 걸로 착각했다. 하지만 선 실험에서는 착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스웨덴 피험자들도 원통 실험에서는 착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말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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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모두 오르막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위치는 중요하다. 지형에 따라 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 파푸아 뉴기니의 산악 지형은 원주민 <유프노>인들의 시간 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에게 미래는 오르막, 과거는 내리막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지 과학자 라파엘 누녜즈는 요즘에는 적지만, 과거에는 평야나 수로 등의 지형에 기반한 시간 체계가 많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형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이런 체계의 유용성은 사라진 것 같다. 누녜즈는 “이런 체계는 전파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미래는 등 뒤에시간은 정면에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미래는 앞에, 과거는 뒤에.

그러나 안데스 산맥의 아이마라 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는 이미 경험한 것이므로, 볼 수 있는 곳인 눈앞에 있다. 그러나 미래는 감춰져 있으므로 등 뒤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아이마라 인들이 시각적 증거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언어에서는 누군가가 가게에 가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는 “~ 브나.”라는 표현을, 가게에 갔다고 전해 들었을 때는 “~타이나.”라는 표현을 쓴다. 또 술에 취해서 눈으로 본 것을 신뢰할 수 없을 때 누군가가 가게로 가는 것을 보았을 때도 “~타이나.”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게 시각을 중시하는 습관은 시간을 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ry Beth Griggs

Mary Beth G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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