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무르익는 美 세제개편…부루퉁한 다국적 기업

내주 하원 표결 앞두고…오늘 상원 수정안 공개

법인세 20%로 ↓…'친기업' 담았지만

해외 본사 둔 기업에 차별과세 초래

가격 상승으로 美 소비자도 피해

IBM·구글 등 美 IT기업도 비판 동참

연내 입법화 실현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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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점과제로 30여년 만에 미국에서 도출된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을 놓고 다국적기업들과 납세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세제안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등 기업에 유리한 친시장적 조치를 담은 것으로 당선 1주년을 맞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목표에 해당하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들이 이번 법안을 “국경세 부과나 다름없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연내 시행에 새로운 암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해외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공화당 하원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비미국계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차별적 세제”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다국적기업들은 세제개편안이 해외 기업들에 결국 이중과세를 부과하는 차별적 조세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새 법안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돌릴 경우 막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반면 기업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반출할 때는 최대 20%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의 경우 그룹 간 거래에서도 국경을 넘나들며 세금을 물어야 해 사실상 이중 과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번 법안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과세하려다 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된 국경조정세의 부활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해외기업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이러한 법안은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지멘스·디아지오·삼성 등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 이익단체인 국제투자기구(OFII)의 낸시 매클러넌 대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론을 반영하지 못한데다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비미국계 다국적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세제에 속할 수 없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파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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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국적 자동차 기업들처럼 미국 내 투자가 많은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닛산·현대차 등이 회원사인 글로벌자동차연합의 존 보젤라 회장은 “법안은 문제가 심각하게 많다”며 “미 본토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들에 특히 차별적인 세제”라고 강조했다.

세제안에 반기를 들기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등 미 다국적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글·델·IBM 등을 회원으로 둔 IT산업연합회의 제니퍼 매클로스키 국장은 해외 수익을 이전하지 않을 경우 높은 누적과세를 물게 된다는 점을 등을 이유로 “표면상 (기업 이익의 미국 회수에) 기여하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반대 양상을 띨 것”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타트업 기업들도 스톡옵션 등에 부과되는 과세 증가를 이유로 이번 법안이 업계에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거나 상장연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 법안은 스타트업 기업이 비상장으로 머무를 경우에만 5년간 스톡옵션 등에 대한 세금을 유예해 상장 시 막대한 과세가 불가피하다.

미국 납세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주간 타임지는 “뉴욕·뉴저지·캘리포니아 등 고세율 지역 납세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대다수 주의 납세자들은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추후 의회 표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편 미 하원이 다음주 세제개편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미 상원은 하원 안과 차이가 큰 수정안을 이르면 9일 공개할 방침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연내 세제개편안 법제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지만 현안대로 입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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