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SE★인터뷰①] ‘7호실’ 신하균 “도경수, 애드리브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줬다”

‘7호실’에는 배우 신하균의 ‘웃픈 폭주’가 가득 담겼다. 그리고 빚어진 완벽한 블랙코미디에 탄성이 절로 난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1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7호실’(감독 이용승)을 보다 보면, 세상에 잔뜩 찌든 채 치임과 생존에 몸부림치는 DVD 사장 두식의 원맨쇼가 한참 웃기다가도 이내 슬프게 다가온다. 그렇게 발악하는 두식을 관찰하면서 ‘역시 신하균은 악착같을 때 맛이 나는 배우’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알바생,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작품.

신하균이 연기한 인물 두식은 한껏 시니컬하다가도 강자에 비굴해지고 약자에 센 척하는 ‘비호감’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인격을 형성시킨 사회적 배경을 파악하는 순간 애잔함과 공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두식에는 우리들의 민낯이 투영돼 있다.

그리고 신하균은 이 답 없는 처지의 캐릭터를 능청스럽게도 잘 소화했다. 20년차 배우에게 그런 연기가 무슨 대수이겠느냐만, 정작 본인은 “연기는 아직도 어렵다”며 “정답도 없고 항상 새로운 걸 그려야 한다. 안전하게 하려고 할수록 어렵다. 더 나은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게 배우들의 책무다. 현장이 항상 불안하고 예민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출연 계기를 통해 ‘7호실’이 확실한 매력을 갖춘 영화라 알렸다. 신하균은 “이런 이야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스타일의 영화고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반가웠다. 블랙코미디이지만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었다. 장르를 규정지은 영화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신하균은 특별히 평균 출연료보다 덜 받으면서까지 이번 작품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이 그토록 신하균을 이끌었을까.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메시지도 매력적이었고 시대적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 연기적인 재미도 있었다. 감독님을 만나 뵙고 그런 확신이 더 들었다. 사실 나는 단편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장편 영화더라. 완성본도 재미있게 봤다. 디테일이 되게 좋았다. 이용승 감독님은 영화를 사실적으로 찍으시는 분이더라. 이번 영화에서 역시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부분을 그렸다.”


“영화마다 각자 다른 톤과 정서를 가지고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중심을 잡는 건 감독님이신 것 같다. 순서대로 촬영하는 것도 아니어서 감정의 폭을 너무 좁게 잡아도 안 맞고, 과하게 잡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용승 감독님은 현장에서 신뢰가 갔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하신 작품이셔서 그런지 내공이 있으셨다.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

관련기사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이면서도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항상 아쉽기 마련이다”라고 평가했다. 그 가운데도 이번 작품에서는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고. “현장이 재미있었다. 내가 애드리브를 잘 안 하는 편인데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많이 열어놓고 촬영하셨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했다. 예를 들어 귤 까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신이 그렇다. 원래 귤이 없었는데 갑자기 현장에 선물로 들어와서 촬영 때 들고 들어갔다. 싸우는 장면에서도 애드리브가 많았다. 커피를 담으면서 중얼거리는 신, 피자 먹으면서 치는 대사 등 꽤 많았다.”

많은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과정이었다. 아이돌그룹 엑소 디오에서 이제 연기 4년차의 맛을 알아가는 도경수는 현장에서 어떻게 리액션 했을까. 도경수는 극 중 학자금 빚을 털기 위해 휴학하고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 역을 맡았다. “감독님께서 미리 정확히 얘기 안 해주고 갑자기 주문을 주시는 경우를 대비해 경수 씨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준비를 하긴 했다. 내가 연기하는 걸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줬다. 그래서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신하균은 쉴 틈 없이 안간힘을 쓰고 폭주하는 이색 캐릭터 두식을 연기한 과정으로 “캐릭터와 이야기에 맞게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스타일이 내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 내가 준비해 온 것도 있지만 현장에서 풍성해지는 결과물을 얻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도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었다. 경수 씨도 있었지만, 김동영(조선족 알바생 한욱 역) 씨도 너무 잘 해주셨다. 나머지 선배님들도 너무 연기를 잘 해주셔서 이야기가 시나리오보다 풍성해진 것 같다. 이렇게 연기하니 신나더라. 그림을 붙여서 볼 때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7호실’은 DVD방이라는 실내의 한정적인 공간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쫄깃한 재미로 긴 시퀀스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싸우는 장면에서 소품을 많이 써서 기억에 남는다. 방향제를 쏘면서 싸우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밝혔다. DVD방에 가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신하균은 “우리 세대는 DVD방은 아니었다”고 웃으면서 “대학생 때 비디오방에 가봤다. 공강시간에 시간 때우러 혼자 갔었다. 아직도 DVD방이 많더라. 강남 일대에도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간 속 일들을 보여주다 보니 ‘7호실’에서는 인물들의 얼굴 클로즈업이 많이 잡힌다.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부담을 가지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클로즈업이 많아보여도 그 좁은 공간 안에서 현란한 신이 많았다. 원신 원테이크가 많았다. 스테디캠과 이동 카메라를 많이 썼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바꾼 동선이 많아서 그게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주면서 열린 결말에 다다른다. 신하균은 “나는 이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든다. 두식이가 잘 살았을까 생각하게끔 만든다.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게끔 모호하게 끝이 났는데 그게 영화에 맞는 결말 같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영화 속 두식은 막막한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욕을 쏟아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신하균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평소에 욕도 잘 안하는데 영화를 통해 원 없이 해봤다”고 밝힌 바. “쾌감이 있긴 하다. 욕뿐만 아니라 연기로는 감정을 막 표현하는 게 허용이 되지 않느냐. 사실 모든 사람들이 뭔가 쌓여 있을 때 눈물로 해소하는 것처럼 배우는 연기를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신하균은 “나는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사실 아직 뭐가 잘 어울린다는 걸 모르겠다. 전형적이지 않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앞으로도 신선한 작품과 캐릭터를 선보이기를 원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