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2일 김포공항에서 무허가 발레파킹 사업을 한 안모(42)씨 등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이 동원한 조직폭력배 2명과 주차요원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안씨를 비롯한 7개 사설 주차대행 업체들은 올해 1월부터 9월18일까지 김포공항에서 무허가 영업을 하면서 공항 측과 정식 계약한 업체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들은 공항 터미널 출발 층에 인접한 장애인 주차구역을 무단 점거해 영업한 것도 모자라 조폭을 동원해 정식 업체 직원들에게 욕설과 위협을 가했다. 정식 업체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에 고의로 차를 들이밀어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을 튀기기도 했고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공항 직원에게도 위협을 가했다. 조성태 양천서 형사과 경위는 “불구속 입건한 조폭 2명은 경찰에서 가장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관리대상’에 속했으며 이보다는 위험성이 낮지만 사실상 조폭이라 할 수 있는 ‘관심대상’ ‘추종세력’을 합치면 총 10명의 준조폭이 개입했다”며 “소속 계파 역시 서울 등 각양각색이었으며 일부 업체 대표들은 전직 조폭 출신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조폭이 공항 발레파킹 사업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6월에도 김포공항경찰대가 외부 인력을 동원해 경쟁업체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도록 한 혐의로 사설 발레파킹 운영자 A(35)씨와 이에 가담한 조직폭력배·경비용역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김포공항 국내선 게이트 앞에서 30대 건달 4명과 경비 용역 2명을 차례로 동원해 경쟁업체 직원들을 겁박했다. 또 20대 청년 3명을 별도로 고용해 경쟁업체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리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김포공항의 발레파킹 사업에 조폭까지 개입할 정도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이권이 크기 때문이다. 공항의 발레파킹 사업은 그야말로 ‘앉아서 돈 버는 사업’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경위는 “사설 발레파킹 업체 중 규모가 큰 곳은 장부 기준으로 지난 9개월 동안 5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전 온라인 예약을 통한 서비스를 주로 하는 만큼 실제 수익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조폭이 낀 발레파킹 업체들이 인천공항으로도 진출하는 추세다. 이번에 구속된 한 발레파킹 업체 대표는 인천공항으로 진출했다가 현지 텃세를 못 이겨 1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약 100개 남짓한 발레파킹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2013년 “인천공항의 만성적인 불법주차대행 문제를 해결하고 품격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인천국제공항주차협동조합을 설립했지만 그 후로도 사설 주차대행 업체들의 횡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결성한 조합조차도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최근에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이들 업체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파킹 업체들의 횡포를 근절하려면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는 발레파킹 업체가 불법 영업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다. 처벌이 솜방망이다 보니 과태료를 내고 계속 영업하거나 아예 과태료조차 내지 않은 채 영업을 하는 곳들도 꽤 많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한 달에 한두 번은 폭행 혐의로 사설 주차대행업체 직원들이 입건되지만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 수준”이라며 “단속이나 과태료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7개 사설업체의 대표들은 구속됐지만 종업원들은 그대로 남아 다시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이번에 구속된 업자 중 일부는 2015년 사건 때 불구속 입건됐다가 기소유예로 나와 다시 영업하다 걸려들었다”며 “업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직원들은 그대로 남아 영업을 지속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